우리는 IMF를 기억합니다.
서브프라임이 일으킨 글로벌 금융 위기도 기억합니다.
그 시기 언론들은 모두 같은 보도를 했습니다. 확장기를 한참 겪을때는 경제가 망한다고 소리쳤으며, 확장기가 끝나가고 경제 위기를 준비해야 할 때에는 왜 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 확장을 막느냐고 공격했고, 막상 경제 위기가 닥치기 직전에는 아무 일 없을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겪는 동안에는 이 모든 것은 어리석은 국민의 탐욕 때문이며, 망할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전문가 이름을 달고 있는 그럴싸한 사람들의 입을 빌려 국민들을 기망한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진짜 필요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고, 결국 그런 정보를 자체적으로 찾아낼 수 있던 소수의 부자들과 권력자들만 더욱 큰 부를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11월 16일, KB 자산운용1본부장인 유창범씨의 인터뷰 기사를 3부에 걸쳐 내보내면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리를 했습니다. 곳곳에서는 이 분석이 옳다며 꼭 봐야 할 글이라고 공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 열고 바라보면 조소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호도 그 자체입니다.
2023년 한국경제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2022년 현재의 경제 상황을 누구보다 냉정하고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사들이 이런 식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희망 시그널만 주면서 더욱 큰 고통만을 줄 가능성이 크죠.
이 거짓말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한국 경제 2022를 점검한 뒤 각종 해외 기관들의 리포트를 취합하여 2023년 한국 경제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 기사는 크게 4가지 단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종경제지에서는 3주에 걸쳐 시장의 동향과 현안 분석, 그리고 세계경제 분석을 한 뒤, 12월에는 내년을 대비한 경제 전망을 분석하여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채권)시장의 동향 3가지
인플레이션의 심화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
부채의 증가
금융시장 현안 분석
한-미 기준금리 차이
레고랜드/흥국생명 케이스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 상품
세계 경제 분석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정치적 양극화
금리 상승기의 재테크 방법
(채권) 시장의 동향 3가지
1. 심화된 인플레이션은 확장된 정부 재정 때문이다 - 거짓
인터뷰 기사에서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과 신용 스프레드, 그리고 부채와 금융비용 증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첫 문장부터 어색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양적완화를 했는데도 M2 증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때에는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동시에 재정지출까지 확대하면서 통화량이 짧은 시간내에 급격하게 늘어났다.
과연 그럴까요? 아래 두 차트를 비교해서 봅시다. 각각의 차트는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서 제공하는 연방 준비 경제 데이터(FRED, Federal Reserve Economic Data)에 접속하시면 언제나, 누구든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M2의 증가 자체는 완만하게 증가해오다가 2020년을 계기로 한번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 기울기가 증가한 상태로 2022년 초까지 이어지다가 주춤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것만 보면 ‘맞는 말 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정 본원통화량(Adjusted Monetary Base)입니다. 2008년 말에 한번 쑥 늘어났고, 2013년 경에 다시 한번 쑥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GFC, Global Financial Crisis) 시기란걸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를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연준이 GFC에 했던 정책과 Covid-19 시기 했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해야 하고, 그 목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인터뷰에서는 이를 단순히 ‘정부의 재정이 많이 쓰여서 그렇다. 케인즈 주의의 재정확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 효율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재정 기출을 줄이고 효율성을 강조해온 과거 사례를 들며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했’다고 언급했으며, 결정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했더니 생산성이 저하되고 물가가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틀렸습니다.
30년대 대공황 직후 일어난 2차대전과 그 복구 과정에서 경제 성장에서 방만한 재정이 일으킨 비효율성 때문에 재정지출을 줄였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전후에는 감세가 있었습니다. 1946년까지 미국의 실업률은 3.9%에 불과했고, 연방정부는 정부지출을 줄여 민간경제 활성화1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또한 1959년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했다가 1960~1961년 경기침체 이후 다시 완화했다2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명합니다. 오일쇼크로 인한 1973~1975년의 경기침체 사례가 방만한 재정 때문이었을까요?
1960년과 1970년 인터뷰에서 말한 유효수요의 문제는 공공의 과오투자가 원인이 아니라 민간의 과오투자에 가까웠습니다. 공황 이후 초과수요가 발생하면서 급격하게 민간 생산이 증가했고, 약 10년 주기로 이런 가수요가 줄어들면서 불황기로 접어들게 되었던거죠3. 물론 이건 그레이 리노 효과4에 가깝습니다. 직접적인 트리거가 된 것은 오일쇼크 등이었으니 말이죠.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이 근원적인 문제가 아닌 것을 과거 사례에서 확인했으니 다시 한번 위로 돌아가 조정 본원통화량과 총통화량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해 볼까요? GFC 당시 직접적으로 M2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은 것은 이 자금이 모조리 구제금융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공황기에 비해 GFC 시기에는 통화유통속도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5할 수 있었습니다. 여신원금이 죄다 뱅크런을 막는데 쓰이느라 실물경기로 들어가지 않았던거죠.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었던겁니다.
반면 COVID19는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고용을 막았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자금을 투하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유래없는 감염병으로 인한 세계 가치 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의 붕괴, 저임금 노동자층의 근로 이탈과 결합하며 물가 상승 압박에 박차를 가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것입니다.
물론 폴 크루그먼이 반성한 것6처럼 이런 구제 예산 집행이 물가에 큰 영향을 못 줄것이라던 예측은 틀렸습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 후퇴까지 함께 찾아오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온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반성하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의 표준경제모델은 꽤 잘 맞았기에 이 모델을 아무 생각없이 2021년에 적용했다. 지금 돌이켜 보건대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세상에 그런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잘못이었음을 알았어야 했다.”며 경제 모델에 대한 해석이 바뀌어야 함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2.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목표한 것이다 - 거짓
또한 조선일보는 건전재정을 위해 금리 상승이 필요하고, 이는 이자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금융긴축의 목표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금 급격하게 경색된 회사채의 문제는 레고랜드 이슈에서 시작됩니다. 가뜩이나 연준의 기준금리가 증가한 상황에서 김진태의 사태로 인해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자 금감원과 금융위는 공공기관 /은행 채권 발행 자제를 요구했습니다.
이로 인해 흥국생명 영구채 콜옵션 이슈가 발생, 더더욱 채권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습니다. 그 와중 정부는 긴축을 위해 통화공급은 막은 상황에서 회사채로 투자가 유도도되게 하려는 의도로 은행채 발행을 우선적으로 막고 기업들에겐 은행에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습니다. 은행의 대출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은행은 은행채 없이 자금유치를 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린겁니다. 이는 1금융권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결국 2금융권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장기적인 그림 없이 정치인 하나의 발언을 정치적 피해 없이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언 발에 오줌누기 같은 초근시안적 정책만 시행했고, 이는 결국 채권시장과 금융시장 전체가 경색되는 결과를 낳아버린 셈입니다. 이런 경색을 두고 기업이 퍼지는 것이 의도한 것이라고 하면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특히나 신용 시장이 확대되면서 단순히 유보금을 모아두고 현금을 모아두는 경영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닌 상황에서는 더욱 작은 자금 경색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기업들의 자유와 혜택을 주장했던 정부가 가장 앞장서서 기업들의 손목을 꺾고 ‘이는 의도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습니다.
3. 한국이 빚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 거짓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재정지출 확대를 추구하는 케인즈 주의 정책 노선을 따르면 비효율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가계대출이 심각하게 늘어서 그렇다”며, “자본 확충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 시중에 들어와 채권을 사주면 해결된다”고 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가 이들이 자극한 부동산 붐 때문이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 연기금이라는걸 행간에 숨겨놓고 있습니다. 결국 연기금을 태워서 한국 증시와 채권시장을 부양하라는 소리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대출을 막아서 시장이 망했다고 주장했고, 연기금은 무조건 수익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한계기업은 퇴출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 발생한 실업자들 대책은 모두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정부는 건전재정을 추구하며 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들을 도울 돈이 어디 있겠어요.
2012년,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 분석을 통해 ‘재정절벽으로 재정건전성은 크게 개선되지만 경기하강은 불가피하다’며 “적자누적은 ‘내일’의 문제지만 경기위축은 ‘오늘’의 문제다. 따라서 재정절벽 그 자체로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당시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물론 그가 주장한 오스트리안의 자유지상주의적 시각에서 경제를 풀어나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으나, 재정절벽과 경기위축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단시간에 급작스러운 재정지출 감소는 겉보기 수치 말고 실제 국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옳은 분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바이든의 BBB(The Build Back Better) Act에서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 내용인데, 한국 정/재계에서는 이런 부분은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매우 개탄스럽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탐욕이라고 또 경제 위기를 죄다 떠넘기며 서학개미들과 연기금 보고 외국 자산을 팔고 국내 자산에 넣어달라고 읍소하는게 과연 옳은 전문가적 전망일까요? 다음주에는 이들이 말하는 금융시장 현안 분석에 숨겨진 허구를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글 : 2023 K-경제 대전망 - 2. '연준 꼼짝 마, 까불면 죽어'
오히려 뉴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높였던 세금을 낮췄다. 94%에 달했던 최고 한계소득세율을 1946년 86%로 인하했다가 다시 1948년 82%로 낮췄다. 기업의 모든 이윤에 부과했던 초과이윤세(excess profit tax)를 없앴고 40%였던 법인세율을 38%로 낮췄다.
큰 폭은 아니었지만 이런 감세조치는 기업가들에게 열심히 번 돈을 정부에 적게 내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기업 활동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일자리가 늘어나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1946년 실업률이 단지 3.9%에 불과했고 이런 상태가 그 후 10년 동안 이어졌다. 대공황을 끝낸 것은 규제완화, 감세, 정부지출 축소로 인한 민간경제 활성화였다. 2차 세계대전이 아니었다.
폴 스위지, 해리 맥도프. <미국자본주의의 깊어가는 위기>(1981)
'블랙 스완'은 예상할 수 없는 위험에 갑자기 맞닥뜨리는 상황을, '그레이 리노'는 뻔히 보이는 위험이 다가오는 데도 간과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Richard G. Anderson, <Money and Velocity During Financial Crises: From the Great Depression to the Great Recession>, 2014
https://www.frbsf.org/economic-research/wp-content/uploads/sites/4/S04_P1_JohnVDuca.pdf
“과거 경험이 우리를 오판하도록 한 한가지 이유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과열되지 않은 채여서 물가 상승이 촉발되지 않은 점이다. 경제가 활황이라면 GDP 상승과 물가상승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을 것이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0722_0001952738#_enliple
government receipts 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뭐라고 이해하면 좋을까요? government expenditure랑 같이 나온 표에서 이게 무슨 수치인지를 모르겠어서 여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