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 2023 K-경제 대전망 - 1. '전문가도 믿을 수 없다'
흥국생명 사건은 최대주주 태광그룹 오너의 유상증자1를 통해 자금수혈을 약속받고 콜 옵션도 도로 행사하겠다며 번복에 번복을 거치며 정리되는 것 같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를 뒤흔든 사건도 “빚 갚았으니 이제 마무리임2”이라며 마무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PF(Project Financing)와 채권시장의 심각한 경색은 지방 건설사부터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충남지역 6위 업체인 우석건설은 부도처리3가 되었으며 경남 18위 건설사인 동원건설도 부도처리4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대구에서는 보현건설 대표이사가 30억 이상을 들고 잠적, 현장에서 자살 소동5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공사 현장은 올스톱 상태입니다.
문제는 원청인 화성산업이 체불임금 지급 없이 현장 폐쇄를 공지했다는 것입니다. 화성산업은 우방, 태왕과 함께 IMF에서도 겨우 살아남은 중견기업이자 도급순위 42위의 업체라는건데, 이런 대형 업체에서 나타난 파열음은 결코 좋은 신호라 볼 수 없습니다.
둔촌주공을 비롯한 시장 역시 좋지 않습니다. 세기의 매물이라 불리며 완판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3.69:16입니다. 다 채운 것 처럼 보이겠지만 실제 계약까지 가게 되면 다수가 떨어져나가는 청약시장에서 기존 서울에서 진행된 분양 경쟁률이 21.5:1을 기록해서 완판했던 사례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당장 8천억 규모의 대출 만기가 내년 1월 19일에 다가오는데, 분양을 완판하지 못하면 자칫 조합이 파산하는 위험성까지 생깁니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열심히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제끼는데도 건설사들은 냉담한 상황입니다. 신당 8구역 재개발 사업도 요건 미충족으로 유찰될 정도7니까요. 사실 지금 다 괜찮다고 하는 조선일보도 이미 10월경에 “건설업 줄도산 조짐, 통계는 알고 있다.8”며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 PF 연체율이 31Bp로 7Bp에서 4배 이상 오른 것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나 서브프라임 위기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GFC, Global Financial Crisis)의 이유가 서브프라임 채무자가 아닌 프라임(우량) 채무자들의 부채 증가율이 급증하면서 생겼다는 전미경제연구소(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연구9와 겹쳐놓고 보면 섬뜩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금융시장의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다’며 한국 국채를 매수해야 하고, 해외 투자자는 북한의 도발에 관심이 없으며, 기업이나 가계가 과도한 차입을 하지 않으면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부동산을 사야 한다고 정부가 규제 해제를 반기던 그 언론사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입니다.
(채권)시장의 동향 3가지
인플레이션의 심화
신용 스프레드의 확대
부채의 증가
금융시장 현안 분석
한-미 기준금리 차이
레고랜드/흥국생명 케이스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 상품
세계 경제 분석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정치적 양극화
금리 상승기의 재테크 방법
금융시장 현안 분석
1.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 거짓
인터뷰 기사에서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 기준금리가 4%라 실질금리는 -4%고, 한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7%, 기준금리가 3%니 실질금리는 -2.7%로 여전히 한국이 더 나은 상황이니 외자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초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실질금리가 유의미한 해석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적 사건/사고는 펀더멘탈의 붕괴가 아니라 단기자금의 급격한 경색, 즉 핫머니의 이동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을 절대 간과해선 안된다는겁니다. 특히나 외환 보유고를 헐어가며 원화 방어를 하고 있는데 당연히 저평가때 샀다가 빠르게 털고 나갈 가능성은 있죠. 실제 주식시장만 해도 외인들의 매수매도 합을 보면 여전히 매도 우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한국이 WGBI(세계 국채 지수)에 공식 등재되면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 하고 있는데, 현재 분명히 한국이 워치리스트에 올라간 것은 맞지만 공식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10. 스위스, 인도같이 워치리스트에 등재 되었지만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지 못한 채 한참 머물러 있는 국가들도 있죠. 한국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말하면 “레벨 1(이머징마켓 지수 최소 기준)에서 레벨 2(WGBI 최소 기준)으로의 등급 향상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지켜보겠다.”고 해석해야 맞습니다.
자본시장 완전 개방과 면세 확대, 투명한 외환 거래, 역외 외환 시장 등 아직까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이유들이 주루룩 있는 상황에서 ‘WGBI 편입만 하면 수십조 자금이 들어오니 괜찮다’고 주장하는건 무리수가 있죠. 그리고 그 자금들이 쏟아져 온다 해도, 국채에 한정되는데다 시간도 한참 걸려서 지금 한참 경색을 겪고 있는 회사채나 은행채, 카드채들에 영향을 크게 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문제는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해외에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해괴망측한 해석까지 하고 있는데, 당장 5월에만 해도 기재부의 주문이 통했다며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11를 꼽고 있거든요. 연기금이 국내 시장을 왜곡하지 말고 해외에서 돈 벌라 해놓고 지금 와서 연기금 때문에 환율이 이 난리가 났으며 국내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건지 알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2. 금융시장 경색은 레고랜드 때문만이 아니다 - 거짓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분명 잠재적 뇌관으로 작용했습니다. COVID-19 팬대믹 이후 심각하게 오른 자재비용과 인건비, 그리고 운송비용 역시 건설시장에 막대한 부하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큰 참사 없이 버티며 연착륙을 준비할 정도가 가능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장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그 사건 전만 해도 채권 롤오버 자체에 필요한 돈은 그리 크지 않았고, BNK 투자증권을 비롯한 채권단과도 꽤나 협상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총에 총알이 장전되어 있다해도 그 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진 총알은 발사되지 않습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이번 일은 과거 성남 모라토리움의 여파 정도로 지나갈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장 상황을 알고 있는 중에도 이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입니다. 몰라도 문제고, 알고 있다면 더욱 사악한 것입니다.
흥국생명의 문제도 결국 이 연쇄반응이라 봐야 합니다. PF 이슈가 발생하면서 자금 확보가 힘들어지다보니 은행은 경쟁적으로 은행채를 통해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은 영구채 조기상환을 하는데 금융비용의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게 된거죠. 결국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를 터트리지 않았으면 이번 일들이 이 정도로 커지진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겁니다.
특히나 여전히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한전채 이슈까지 겹치면, PF를 비롯해 COVID-19 팬대믹 시기에 급격히 증가한 유동성에서 발생된 부동산 호황기를 타고 시작한 수많은 개발 사업들과 거기 엮인 건설사들은 어떤 위기를 겪을지, 3개월 안에 찾아올 만기 금액을 보면 두렵기만 합니다.
3. 저축은행 금리는 과도하지 않으며,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다 - 거짓
이미 틀렸습니다. 지난 11월 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의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발언했습니다. 명백히 정부가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겁니다.
정부가 이런 메시지를 낼 만큼 저축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이 과도하지 않았을까요? 규모가 크지 않았을까요? 저축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었던겁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8월에서 10월 3개월 간 정기예금으로 흡수된 자금은 약 110조원12에 달합니다. 하지만 제2금융권 수신은 소폭 줄어들었죠.
게다가 환율 급등, 금리 발작 등이 발생하며 1금융권 은행들이 급격히 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2금융권 은행들은 살기 위해 거기 맞춰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2금융권에는 때아닌 유동성 위기13까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생존해야 하는 은행권의 경영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은행권이 곱게 정부의 방침대로 움직여 줄지에 대해서는 커다란 의문밖에 남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깊지만 증시는 여전히 상승중입니다. 충분히 흡수되지 않은 유동성이 벌이는 마지막 잔치라는 불안감이 자꾸 엄습해옵니다. 실제 GFC를 예측해내는 등 ‘닥터 둠’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살얼음판같은 금융 상황에 대해 “잠재적으로 S&P 지수가 25% 하락 가능성이 있다.14”고 언급했으며, 유진투자증권 강영현 이사는 “이미 경기침체 국면이다. 3월부터 자본 손실 기업에 대한 살생부가 돌 것이다.15”라는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세계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쾌한 전망을 내어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입을 빌려 언론사가 “모든 것이 괜찮다”며 무작정 “바이 코리아”를 외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일수록 더욱 신중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다음주에는 세계 경제의 상황을 짚어본 뒤,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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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은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레고랜드 사태 마무리 수순…다음 주 채무 상환https://www.yna.co.kr/view/MYH20221210003700641
4일 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우석건설은 지난달 만기 도래한 구매자금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거래 은행에 지급 제시한 전자어음을 결제 하지 못해 지난 9월 30일 부도 처리됐다.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6799
동원건설산업, 장기영 대표이사 입장문 : “부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제도권 금융뿐만 아니라 연 30%가 넘는 고리 사채를 동원하는 등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최종 부도를 면하지 못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221130.99099009598
해당 현장에서는 47명의 조합원이 10월 분부터 현재까지 2억 2,00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를 포함하면 피해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조합원 물량 등을 제외한 3천6백여 세대의 일반분양 성적표가 공개됐습니다. 1만 3천여 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은 3.69대1.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34244_35744.html
서울 중구 신당 8구역 등 전국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주택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 경색으로 시공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1298억원을 기록했다. 연체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연체율도 0.31%로 작년 말 0.07%에서 0.24%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시장 붐이 이는 동안 부채를 급격히 늘린 것은 오히려 중·고신용자였다. 특히 중신용자 중에서도 두 건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투자자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채무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현상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FTSE Russell의 보고서는 여기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연기금풀, 해외·대체투자 확대…기재부 주문 통했나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12689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은 정부입니다. 금융당국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 24일 전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치열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마냥 바람직한 게 아니라 과도하고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출금리에 비해 수신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다며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시작했던 정부 스스로의 입장과도 온도차가 큽니다.
2금융권은 은행권으로의 ‘머니 무브’로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채권시장의 ‘큰손’인 보험사는 채권 매수는커녕 두 달도 안 돼 5조원 가까운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했고 캐피털사는 1년 만에 채권 발행 금리가 세 배 치솟는 등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혔다.
기다리다가 목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흑흑...
오랜만에 보내주셨네요! 건강하시죠? 늘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