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률 90%를 기대했던 장위 자이 래디언트 분양율이 59%에 그쳤다는 비보가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 일반 분양률이 6.7%에 그칠 것이라는 지라시까지 나왔지만, 이는 시점도 잘못되었고(12일 보도니 그 이전까지의 액수겠죠.) 실제 입주자 모집공고를 참조해보면 대략 계약 완판이 9300억 정도인데다, 조합이 돌아가는 구조상 조합장의 말이 저렇지 실제 계약금이 들어오자 마자 바로 입금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실제 계약율과 별개로 둔촌 상담 창구 자체가 주말을 거치며 가득 찬 것 자체는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지금 정부가 ‘둔촌주공 구하기’라 불릴 정도로 HUG(Korea Housing & Urban Guarantee Corporation, 한국 주택 도시 보증공사)를 동원해가면서 7500여억원에 달하는 둔촌주공에 묶인 사업비를 전부 보증1해줬다는데 있습니다. 이 7500억원 사업비는 CD금리(3.97%) + 고정금리(2.5%) + 은행/HUG 보증 수수료를 합해 7.7% 수준입니다. 만기는 준공 이후 입주 3개월을 더한 2025년 4월인데요. 뒤집어 말하면 “2025년 4월까지는 어떻게든 집값이 1300억 더 올라서 분양할 수 있다”라는 배팅입니다.
일전 둔촌주공 분양 성패를 시뮬레이션하며 성공해도, 실패해도 시장에 타격이 온다고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둔촌 매물을 약 8%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모조리 만회할만큼 부동산 시장이 오르기 전까진 계속 둔촌주공에 자금이 잠기게 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尹정부가 의무거주와 전매제한 해제 카드라는 초강수2를 두었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2024년 총선이 치러지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언론과 정부의 눈은 둔촌주공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마치 둔촌주공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 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합니다. IMF는 지난 12월 14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택시장 안정성과 적정 부담」보고서에서 ‘한국 집값은 10%p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3을 내놓았습니다.
‘그 동안 오른게 얼만데 겨우 10%p가지고 망한다 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부동산 가격 등락 계산은 시가총액을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개별 거래 가격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GFC(Global Financial Crisis, 2008년~2010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 이후 강남의 아파트는 2010년 대비 2013년에 40% 하락을 하기도 했을 정도4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과거 사례를 들면서 종합적으로는 고점 대비 30~40%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5하기도 할 정도입니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과 같이 회복이 느린 곳은 더욱 심각하겠죠.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때 2010년과 2022년 가장 다르게 다가올 것은 바로 ‘갭 투자’라는 것입니다. 실제 서울의 갭 투자 비율은 2017년 9월 14.3%6에 그쳤지만 2022년 10월에는 53.4%7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국내 임대주택 중 절반 이상이 부채비율이 80%이 넘는 소위 ‘깡통 주택8’이라는겁니다. 이미 지난해 HUG는 집주인 대신해 돌려준 전세금만 9241억을 기록했습니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자기자본보다 59.7배에 달하는 자금을 보증해줘서 법적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는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런 악성 집주인들은 소위 ‘컨설팅 업체’를 끼고 안심대출제도를 악용, 채무를 HUG에 떠넘기고 있다9는 겁니다. 업체는 부풀린 집값으로 실제 매매가보다도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은 뒤 세입자가 HUG 안심대출을 받게 만든 뒤, 업체는 세입자가 빌려온 돈으로 집주인의 압류를 풀어주고 자신들의 수수료까지 챙기는겁니다. 집주인이 파산하면, 빚을 떠안은 세입자와, 떼인 전세금을 대신 갚아줄 책임이 있는 HUG만 남게 됩니다. 안심대출이 덫10이 된 셈입니다.
심지어 부동산 가격 하락은 2022년 중반 당시엔 문제가 없었던 아파트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이미 PF 대출 부실에 노출된 112조 규모의 부채가 뇌관이 될 것이란 경고11가 제기된 바 있는데, 이렇게 되면 빌라보다 더 파급력이 큰 2차 웨이브가 밀려오는 셈입니다. 특히나 과거 몇 번의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린 바 있는 ‘재건축이 완료된 이후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야 할 전세 매물’들이 곧 대거 서울에 등장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문제는 갭 투기꾼 일부가 아니라 HUG의 보증 그 자체로 신용 리스크가 전이되게 됩니다.
지금 은행권에 묶여 있는 전세대출은 약 171조12원입니다. 문제는 HUG가 8.3조 자본금으로 막고 있는 분양보증을 포함한 수많은 보증액수는 이미 437조13에 달할 정도이고, 1조 추가 출자14를 해도 합한 총 한도는 140조에 그친다는겁니다. 문제는 2023년도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이 편성되어있지 않아, 지금의 정국 상황에서는 예산 확충 및 한도 상향이 조속히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다는겁니다.
문제는 그 와중에 정부는 HUG에 둔촌주공이라는 짐덩이15를 달았고, HF(한국주택금융공사, Korea Housing Finance Corporation)에는 무주택자 100% 전세대출이라는 짐덩이16를 달아서 크레딧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버퍼를 하나 하나 없애고 있다는겁니다. 물론 HUG가 한국 모든 주택을 다 보증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에서 김진태 지사가 벌인 조그만 회생 선언이 ‘국가가 보장하던 채권도 믿을 수 없다’라는 식으로 크레디트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주면서 일이 커진 것 처럼, HUG의 신용에 조금의 흠집이라도 생기게 되면 대한민국 주택시장 전체에 거대한 파열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네. 사실상 서브프라임의 재현을 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최근 전미경제연구소에 의하면 금융위기 직전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채무자보다 우량 계층인 프라임 계층의 부채증가 및 채무불이행률이 높았으며, 부동산 붐이 이는 동안 부채를 급격히 늘린 것은 중/고 신용자였고 이들 중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17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9월, 한국은행이 기재위에 제출한 자료18와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19 결과를 함께 비교해보면 상위 5분위 소득/자산 보유자들의 금융부채/자산은 72.0%에서 73.5%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빚 내서 집 사라던 2015년 부동산 시장보다 지금 고소득층의 부동산 관련 부채가 더욱 심각해졌다는겁니다. 2015년 5분위에서만 심각하던 이런 고부채도 2,3,4분위에 이르기까지 크게 확대20되었습니다. 재무건전성은 더욱 심각합니다. 자산은 증가했지만, 그만큼이 다 빚내서 집에 올인해서 증식한 자산이라는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증가하면 증가한 소득분은 물가상승과 더불어 급증한 금융비용에 모조리 매몰될 위험성이 커집니다.
작년 11월, 키움증권은 ‘2022년 부동산 및 금융산업 전망’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는 4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21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가 시급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메시지는 이상22하기만 합니다. 대출규제는 엄청나게 풀었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ebt Savings Ratio) 규제는 일관되게 유지하겠다고 하며, 특례보금자리론은 4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알 수 없는 시그널입니다.
한편 한은도 이상한 시그널을 주고 있습니다. 집값이 하락해도 경제 침체는 안 오며 오히려 좋다23를 외치더니 이제와서는 금융불안지수가 위기 단계24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불안지수 어디에도 HUG의 신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문제는 집값이 20% 넘게 떨어지면 GDP 성장 자체가 마이너스로 접어들 수 있다25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尹 정부는 PF 위기는 건설사를 떠나 금융권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보이는 각종 대출은 가치 보존이 쉽지 않은 9억 미만의 주택을 어떻게 해서든 매매 혹은 전세의 형태로 가계부채로 떠넘기겠다는 의지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겁니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5억을 대출하여 주택을 구매하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280만원에 달합니다. DSR 규제를 합해놓고 보면 연소득 4500만원일때 50년 만기로 4.95% 금리인 셈인데요. 부동산 업계에서는 “매수 문의 쇄도, 9억 이하 급매물 소진 빨라질 것”이라고26는 하지만 실제 계산은 좀 이상합니다. 연소득 4500의 실수령액은 다른 소비 없다고 해도 월 320정도인데, 이 중에 280만원을 상환한다고요? 40만원으로 생활해야 되는군요? 그것도 50년간요.
거기다 분상제를 무력화시키며 분양가를 올리는 식으로 주택의 저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주택가격을 방어해서 겉으로 보이는 침체를 막겠다는겁니다. 결국 건설사와 갭 투기에서 나온 깡통전세 등 수많은 주택 시장 리스크를 잘게 쪼개서 무주택자에게 대출을 유도하는 식으로 전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에게는 파국적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2023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ASSA,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Annual meeting)에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 경제는 제 2의 구조적 침체를 겪을 것이다. 올해 매우 큰 경기 침체 리스크가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낙관적 심리가 더 큰 위험’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역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더라도 금리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지는 의문’이라 했습니다27.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주장하며 낙관론을 피는데 대한 반론으로 보입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인플레이션의 증가 속도가 살짝 꺾였을 뿐이지 전체적인 물가 상승 자체는 여전히 급격히 오르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역시 전망은 좋지 못합니다. HUG 리스크에 대해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HUG 반환보증보험 가입액이 지난해 70조 원에 육박한다. 2021년에도 약 60조 원이었다. 집값이 반토막난다고 가정하면, 확정적으로 HUG는 망한다. 심각한 상황에 빠질 거다. HUG가 부실해지면 정부가 지급을 못해준다는 얘기여서, 대한민국 모든 건설사들의 공사는 중단된다. IMF 외환위기 사태나 다름 없는 상황으로 가는 거다.”고 강력한 목소리로 경고28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규제 완화 자체는 할 수 밖에 없겠지만, 부동산 부양책을 성급히 일찍 도입할 경우 정면으로 시장을 거스르는 것이 되기에, 정책의 성공과 실패와 무관하게 시장과 정책은 파열음을 낼 것이고, 이는 심각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섣불리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견고하게 가져가며 주의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가 될 것입니다.
아직 침체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경고가 더욱 섬칫하게 와 닿습니다. 이 차가운 경제적 겨울을 현명하게 모두가 잘 버텨나가길 바랍니다. 이 3부작 뉴스레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적어도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은 조금 더 현명하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갔으면 하는 심정에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이러다 전 평생 집 못살듯;;; 암튼 3부작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