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은 수많은 진통 끝에 결국 KB증권이 한국투자증권의 자금을 통해 3개월짜리 단기채를 마련, 기존 66일 만기 단기채를 차환하는데 성공1했습니다. 원래 8천억을 모으려 했으나 사업비와 이자 정도만 겨우 조달되었네요.
하지만 여기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닙니다. 현재 AA- 회사채 3년물은 국고채 3년물과 신용 스프레드가 1.307%p까지 벌어졌2습니다. 이는 팬대믹으로 인해 한참 증권사들이 마진 콜 위기를 겪고 있던 2020년 초3의 1.309%p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한 수치입니다.
금리 인상과 유동성 확보 때문에 가뜩이나 냉각되어 있던 시장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임의 도산 사건』으로 인해 PF를 대상으로 한 회사채/어음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었죠. 거기다 한국전력이 AAA급 회사채를 표면금리 연 5.9% 수준으로 모집하고 있다 보니 신용 위험과 더불어 건설사까지 올 유동성까지 완전히 말라버린겁니다. ‘좀 미안하죠’라는 말로 해결이 될 것 같지가 않네요.
그런 상황에서 ‘인덕원자이SK뷰’는 무순위 청약에서 겨우 6가구만 접수하는 등 건설사들은 청약 입주4를 통한 자금 조달에도 빨간 불이 심각하게 켜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현 정부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요건을 완화하여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을 하겠다고 천명5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이런 사업들이 무사히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재개발/재건축은 정말 대박일까요? 대박이라면 누구에게 대박인걸까요? 안전한 투자인걸까요? 사례들을 통해 본질에 대해 알아봅시다.
재건축, 누가 어떻게 돈을 벌까?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본질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득입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조금 더 복잡한 셈법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돈을 버는 주체는 누구이고',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버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재건축 이해당사자는 크게 5개의 집단입니다.
1. 기존 거주자
2. 기존 건축물 보유자 (임대사업자 포함하여 거주는 하지 않으나 수익은 얻는)
3. 시행사
4. 시공사
5. 조합 행정부
가장 알기 쉽고 단순한 것은 조합 행정부입니다. 이들은 조합이 운영되며 나오는 조합 운영비를 통해 각종 이권을 챙깁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리베이트죠. 크게는 시공사 선정부터 작게는 화장실 변기 뚜껑이나 콘센트 같은 업체 선정에까지 개입합니다. 조합측이 아는 업체나 저렴한 업체를 쓰고 차액 혹은 리베이트 비용을 고스란히 받아챙기는겁니다.
조합장 잘 뽑으라는 이야기가 이런데서 나오죠. 리베이트도 결국 협상의 과정이라 협상을 하면 사업이 지연되는데, 결국 사업 기간은 돈으로 직결되거든요.
그 다음은 시공사와 시행사입니다. 얘들은 간단합니다. 일해서 돈을 벌어가요. 2020년까지 래미안 기준 공사비가 평당 550만원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평당 1500만원에 청약하니 시행사와 시공사는 떼돈을 버는거죠. 불법적 로비나 리베이트 없이도요.
특히 시행사는 시공사를 고용하는 구조라 돈을 더 쉽게 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합원들에게 5천억 규모라 한 뒤에 분양 대박을 내서 6500억이 들어오고, 실제 사업을 절약해서 4000억을 썼다 치면 2500억을 날로 먹는거죠. 사업이 엄청 큰 규모가 되다보니 수익도 커지는겁니다.
다음은 건축물 보유자입니다. 이들은 집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오르는 재건축을 반깁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냥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재건축 시장의 가장 큰 해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택 보유 목적 자체가 돈을 버는데 있다 보니, 호가를 크게 올리고 원주민들에게 대박의 헛된 희망을 주면서 사업을 계속 부풀리려 합니다. 대다수의 사업에서는 총회의 여론을 이들이 조성, 극단적으로 사업이익을 높이려 듭니다.
사실 재건축 사업 자체는 돈이 크게 되지 않습니다. “재건축으로 돈을 벌려면 3연타가 터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재건축 선정이 되고 진행되면 붙는 구축 프리미엄을 활용한 수익을 말합니다. 프리미엄이 붙은 주택을 매각하는 과정을 3번 정도 거치면 프리미엄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었거든요.
문제는 이런 기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니, 일어나지 않으니 기적이죠. 문래와 영등포 지역이 전부였습니다. 사실상 신기루에 가깝죠.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극적인 성공 사례에 목을 맵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이 될 수 있는 원주민 사례를 볼까요? 아니 그 이전에, 왜 재건축을 하는걸까요?
재건축의 의도는 낡은 집을 부수고 좋은 집을 주자는 공익적 목적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건 원주민에게 가는 일종의 유인에 가깝습니다. 진짜 의도는 도시의 수명 연장입니다. 노후화 되거나 슬럼화된, 혹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도시 기반 시설을 업데이트하고 미관도 개선하는거죠.
만약에 내비게이션이 꺼진 상태로 재건축이 잘 된 곳을 운전할 때와 그렇지 않은 곳을 운전할 때를 비교해봅시다. 도시 구획이 잘 짜여진 곳은 비교적 현대적 도로 설계를 반영하여 길이 잘 나 있습니다. 하지만 구도심, 예를 들어 후암동과 같은 경우 길이 막혀있거나 난데없이 계단이 나타나기도 하죠. 비용을 들여 보수하기보다 아예 도시 일부를 업데이트하는걸 택하는게 바로 재건축 사업입니다. 그리고 주택 공급을 추가하자는 공급 목적도 있습니다.
만약에 계속 도시가 노후화되고 사람이 못살거나 슬럼화된 구역이 생기면 미관도 미관이지만 범죄의 온상이 될 위험성도 존재하죠. 그 유명한 구룡성채같이 말입니다. 그래서 실제 원주민이 얻는 가장 큰 혜택은 거주 환경의 개선,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편한 접근 및 사용, 마지막으로 행정력 접근 편의입니다. 이런 사업을 공공이 모두 할 수 없으니 민간사업자가 미래의 투자가치를 보고 사업을 하도록 하는거죠.
중요한건 이 내용 어디에도 ‘집값의 상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딱 한 군데 있습니다. 민간사업자가 보는 ‘미래의 투자가치’에요. 부동산은 우상향한다는 믿음 하나 뿐입니다.
문제는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겁니다. 이들을 강제로 내보내고 이런 사업을 한다? 우리는 이러다가 정권에 꽤나 큰 타격을 줬던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광주대단지사건이죠. 그래서 재건축 사업에 빼놓을 수 없는게 조합과 연합입니다. 애초에 원주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주민들이 사업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해야 했거든요. 이렇게 전철연이란 조직이 나오지만 그건 지금 이야기할 건 아니니 잠시 저쪽으로 밀어두도록 합시다.
여튼 이렇게 화끈한 항쟁을 겪은 뒤 시대가 바뀌고 법이 바뀝니다. 군사독재 정부처럼 냅다 빈 땅으로 쫓아낼 수 없어요. 반대급부로 무언가를 줘야 합니다. 그게 뭘까요? 바로 새 집입니다. 그런 개발 특징이 뭐가 있을까요? 첫째가 대단지라는거고, 둘째가 신축이라는 이점, 마지막으로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공동주택건축사업 특징으로 인해 고급 브랜드를 달고 있는 대형 건설사가 끼게 된다는 겁니다. 한국인이 좋아할 조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택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요건이 다 갖춰진 셈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재건축 프리미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집의 가치가 오르는건 맞는데, 정말로 진짜 원주민들이 부자가 되는걸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분담금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재건축 주택의 호가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주택 호가 = 분양가 (건설비용 + 기존 주택 가격 + 이주/보상비용) + 상승 기대값(프리미엄 3요소 등)
지금까지는 저금리 기조기도 했고, 보상금 부담이나 이주비 마련 등에 있어서 조합측에서 이래저래 방어를 해줄 장치가 있어서 저런 재건축 사업에 드는 조합원 부담금은 일종의 '조달하기 쉬운 레버리지'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열어놓고 보면 장기 투자를 할 여력이 있거나 자금 조달이 가능한 사람이 아니면, 결국 분담금을 대출하고 확실치 않은 프리미엄을 완성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는 주택에 묻어둔 채 부채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원순은 왜 재건축을 막았나
보통 재건축이 시작되면 원주민의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변 전세가 오르고, 전세가 상승은 집값 상승 압력을 가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현금흐름이 부족한 원주민들을 시작으로, 주변 세입자들도 이탈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 프리미엄만 받고 매각을 하는 비율도 늘어납니다. 이러면서 지역사회라는 커뮤니티가 무너집니다. 커뮤니티가 붕괴하면 상권이 흔들리고, 권리금 체계가 무너집니다. 이런 문제가 극단적으로 일어난 사례가 용산참사입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재건축에 대해 극도로 배타적인 인식을 보인 이유도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이런 원주민의 커뮤니티 붕괴와 상권 붕괴가 주는 문제, 그리고 재건축 과정에서 생기는 이전투구와도 같은 각종 사건 사고를 많이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울 모든 부동산이 우상향하고 '우리 동네는 옆 동네 신축에 비해 버스도 안오고 상가도 낡았고 기반시설도 없다'라는 인식이 돌게 되면 사람들은 그런걸 모두 망각하게 됩니다.
낡은 계단도 걸어다녀야 하고, 정화조는 허구한날 문제고, 배관이 낡아 물에선 녹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난 정권때 재건축/재개발한 저 동네는 배달 차량도 다 지하고, 초등학교도 번쩍거리는 새 시설이고, 놀이터도 좋고, 입구 보안도 잘 되어 있어요. 집 평수도 넓고요. 사람들이 이런 유혹을 버텨내는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사람들은 재건축을 해서 새집을 받으면 부자가 된다고 생각한것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담금과 그에 따르는 금융비용이라는 빚을 지는겁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으로 인한 지가 상승분이 마치 자기 지갑에 당장이라도 들어올 것이라는 착각과 거주의 질이 달라지는걸 보고, 또 언제든 팔고 나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착각에 빠지게 되는겁니다.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첼리투스입니다. 재건축 당시 세대수를 늘려 일반분양금으로 조합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쓰지 않고 순수하게 조합원 분양으로만 '1:1 재건축'을 한 사례인데요. 겉으로는 추가 분담금이 5.7억 정도 들었다고 하지만 이주비, 소송6, 지연금, 그리고 거기 엮인 금융비용 등을 다 합하면 일부 가구는 최대 10억까지 부담한 사례도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요. 첼리투스를 팔지 않더라도 10억이면 당시 대치동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첼리투스가 과연 대치동 아파트 + 재건축 이전 주택 가격일까요?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이후 1:1 재건축 성공 사례가 없어진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재건축은 빚입니다.
재건축, 정말로 돈이 될까?
아무리 부동산이 우상향한다 해도, 재건축/재개발은 원주민에겐 로또마냥 확실한 대박을 주지 않습니다. 그럼 이득을 보는건 누굴까요? 네. (현금 흐름이 넉넉한 소수를 제외한) 원주민을 뺀 전부입니다.
다른 곳인 방배 13구역 사례를 한번 볼까요? 기존 가격에 비해 분양가가 평당 1500 비싸졌습니다. 비싼집 생기니 좋아 보이죠? 당장 시세차익이 25평 기준 4억, 34평 기준으론 5.5억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바로 함정입니다.
문제는 기존에 있던 집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분담금과 세금(재건축이익환수)을 다 하면 기존 내 집 5억+분담금 3억+환수금 1.5~2억 해서 10억이에요. 11억 8천이랑 비교하면 그래도 2.8억 이득이지만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죠? 거기다 한가지 더. 조합원도 층을 못골라요. 영역만 고를 수 있죠. 로얄층은 안되요.
예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은평이나 녹번, 불광쪽에 1~2억 집 살던 사람들이 분담금 1.5억을 내고 힐스테이트 재개발로 24평 3억에 입주하게 됩니다. 분담금만 계산하면 기존 주택의 2배인데, 막상 따지고 보면 투자한 부담금을 제외하고 주택의 가치가 오른게 아니죠? 이게 재건축의 허상입니다. 주택 수요가 계속 있는 상태에서 우상향을 하게 되면 재건축 대박은 허상이 아니지만, 반대라면 어떻게 될까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재건축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합니다.
"어..15평짜리 내 주공아파트가 돈 안내고 32평이 된다고?"
"1억만 내면 10억이 복사가 된다고?"
하지만 여기에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가치가 오른 내집을 이제 팔고 다른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어디로 갈 수 있죠? 재건축 성공한 은평구, 수원, 화성, 과천 모두 집 팔고 서초동에 무혈 입성할 수 있었나요? 아니, 그렇게 해서 결국 서초나 반포 들어가면 부자가 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더 안좋은 입지로 프리미엄 일부만 받은 채 쫒겨나거나 기약없이 빈 터만 바라보며 값비싼 이자를 내고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여년 이상 이자 비용만 지출한 채 살아가야 합니다.
둔촌주공에서 터지는 복마전을 보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하게 정책이나 공급 문제, 혹은 조합의 도덕성만으로 해결하기 힘듭니다. 수많은 상황들이 엮여 돌아가죠. 다만 한가지 변함없이 확실한 것은 재건축은 부채라는겁니다. 리스크를 안고 우상향에 배팅하는거에요.
그래서 부동산 대세하락기에는 함부로 재건축을 하는게 아닙니다.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글로벌 금융 위기 시기 재건축 사업이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시 금리 타격으로 사업들이 좌초되면서 빚을 잔뜩 져서 분담금을 냈던 원주민들이 타격을 크게 입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위험한 시기에 새로 사업에 들어가는 재건축 단지들은 매우 리스크가 높죠. 게다가 김진태발 레고랜드 임의 도산 사건으로 인한 PF 자금 경색까지 심각해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자금 조달이 힘들것입니다.
자신이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에 있다면, 혹은 그 곳을 노린다면 반드시 대박의 꿈이 아니라 본인의 사정과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정확하게 알고 조금 더 꼼꼼한 전략을 짜야 할 것입니다.
@. Special Thanks to Real-Asset Advisory : 아픈데 아프다아, Damola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