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문제로 이번 뉴스레터는 상/하로 나뉘어 나가게 됩니다. 이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난주부터 한참을 고민했습니다만… 최근 정부의 행동을 보고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주말에 커다란 기사가 온 인터넷, 아니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의 머리속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바로 尹 대통령이 지난 3일 있었던 국토교통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1되었기 때문입니다.
각계각층에선 강한 우려를 보였습니다. 특히나 지난 예산안 처리에서 공공임대 예산을 5.7조원 삭감한 정부/여당2의 행보는 말이 ‘공공분양을 공급’할 뿐이지 실제로는 ‘분양가에 악성재고가 된 주택을 사 주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낳았습니다. 거기다 양곡 격리에 1.4조 가량이 들 것이라는 2030년 전망을 근거3로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선언4한 직후인지라 ‘1조를 아끼면서 27조를 태운다’는 반대 여론까지 곳곳에서 터져나오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배경은 단순히 공급 문제만으로 보기 힘듭니다. 김진태 도지사의 설화로 시작된 레고랜드 PF-ABCP 채권 부실화5는 크레디트 시장으로 확대, PF 채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이는 PF 대금을 당장 상환해야 하는 시공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사의 생존 문제로 직결된 셈입니다.
실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입은 지난 9월경부터 지역 시공사들이 요청한 사항 중 하나였습니다.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국교부에 제출한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이들이 요청했던 첫 번째 사항은 매입임대등록 허용이었죠6.
정부의 규제 해제 및 건설사 살리기 작전은 크게 이 흐름에서 봐야 합니다. 지난 12월, 전용면적 85㎡ 이하, 소위 국평이라 불리는 주택에 대해 10년 장기임대 임대등록을 허용하는 한편, 임대호수를 2호 이상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 등 상당한 세제혜택 또한 부활시켰죠. 사실상 2020년 7월에 있었던 등록임대사업 개정을 죄다 되돌려버린 것입니다. 거기에 보태서 주택가액 12~13억인 수도권 지역 아파트 임대사업자에게도 취득세, 종부세 등 혜택을 부여7했습니다.
저런 규제 완화나 거래 지원책이 아무리 있었다곤 해도 막상 주택기금에서 27조를 일시불로 빼간다는 이야기는 국토교통부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죠. 국교부는 8일 주금 27조를 투입해서 미분양 주택 전체를 매입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아주 실행을 거부하진 못했죠. 발표 말미에는 미분양 매입이 아니라, 미분양에 대한 PF 대출 보증을 하겠다8는 식으로 방향전환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법적 문제도 필요하고, 지출 액수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 행동은 롯데건설 살리기라고 보는 시각이 업계에서는 지배적입니다. 롯데건설은 이미 메리츠증권을 통해 1.5조에 달하는 PF-ABCP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협약한 바 있습니다. 이 돈의 용처는 1분기 만기가 오는 PF-ABCP 1.2조에 대한 상환, 그리고 롯데케미컬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자금 상환 등에 사용9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체를 놓고보면 사실상 롯데의 우회출자 및 빚 돌려막기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메리츠측이 9천억을 지원하고 롯데그룹이 6천억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이 말이 나오자 마자 롯데케미칼에 빌린 5천억을 상환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거든요10. 결국 롯데건설이 둔촌주공에 들어간 자금에 대한 회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은 2008~2012년, 서브프라임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GFC, Global Financial Crisis) 직격탄을 두들겨맞은 부동산 대세하락 당시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방법입니다. 물론 당시엔 미분양 가구수도 총 16만 가구로 (현재는 약 4.7만가구) 지금보다 아득하게 많았고, 당시엔 환매조건부 매입이라는 나름의 방어막을 갖춘데다 가격도 최고 분양가의 75%에 그쳤다는 차이11가 있습니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도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매입임대가 제시된 적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이 매입임대는 꽤나 타이트한 조건12이 걸려 있었고, 규모 자체도 매우 적은데다 저소득층에게 저가로 공실 빌라를 임대하겠다는 제한된 용도로 작동13했기에 ‘분양가 매입’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과는 꽤 다르긴 합니다.
물론 12월 당시 정부에서는 환매조건부 도입을 비롯한 08~12년의 정책은 시기상조14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실제 GFC 당시 부동산의 최악 저점은 10~12년이었고 실제 시행 준비가 10년에 된거 보면, 아직까지 무리해서 매입을 할 여유는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말미에 이런 대책을 모두 손패에 올려두긴 하겠다는 여지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의 발표도 사실상 이런 여지 만들기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롯데건설이 그룹 차원에서 메리츠를 끌어들일 정도로 둔촌의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겁니다. 현재 둔촌주공의 ABCP 만기 규모는 7231억원이고, 차환금리는 12%15입니다. 분양 계약을 통해 이 돈을 채우려면 약 77~80%에 달하는 계약을 채워야만 합니다. 그래야 본 PF 대출로 넘어갈 수 있게 되죠.
하지만 녹록치 않습니다. 최고의 재건축 단지, 서울의 대박이라 불리며 “계약 훈풍16”을 제목으로 달고 나온 몇몇 경제지에서조차 “규제완화로 인해 당첨자 80%가 계약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는 처음 보는 지표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실제 서류미비 탈락이나 계약금을 안 넣는 사례 등을 보면 통상 65% 정도를 업계에서는 실 계약률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정작 둔촌주공 분양이 성공하여 롯데건설(과 나머지 건설사들)이 숨을 잠시 돌릴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것은 아닙니다. 바로 전세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전세가 2023년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대체 전세가 왜 문제가 된걸까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아 왔는데 말입니다. 고작 빌라 몇천 채 정도17 터진게 전체 시스템에 부하를 줄 정도로 큰 문제가 될까요?
이어질 글 타래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 2023년 연두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5조7000억원 규모의 공공임대 예산 중 6600여억원이 새해 예산안에 반영됐다.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12241158001#c2b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돼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인다면 오는 2030년에는 1조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돼 재정 부담이 크게 오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https://www.ge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0868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출근차 약식 기자회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데 이어 이번 재차 똑같은 견해를 밝혔다. 현재 국회 본회의‘직회부’된 양곡법이 통과하더라도 농정에 반영하지 않을 것임을 확고하게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
https://www.nongup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744
중앙정부가 보증, 국채에 준하는 신뢰도를 가졌던 지방정부의 보증 거절은 채권시장 전체의 신뢰도 평가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중소 건설사들 “정부, 민간 등록임대 앞당기고 미분양 매입해야”… 국토부는 ‘글쎄’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2/10/06/RN3JVL4DAJDNTKZUKCEFFCIEVQ/
증권가는 계약률이 100%일 경우 초기 계약금(20%) 현금 회수액은 9430억원(세대별 가중평균 분양가 기준)으로, 이를 바탕으로 피에프 7231억원을 일시에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계약률은 77% 수준으로 추산했다.
항상 생각을 나눠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