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우리는 IMF 이후 참여정부 시대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용 불안정과 연금 보장 금액의 악화가 동시에 찾아오며 생계에 대한 공포가 증가했다.
기존 직장에서 이탈한 인력들이 해당 시기를 전후로 자영업자로 변했다.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저수익성을 비롯해, 사기 범죄 등 자영업자의 리스크 노출이 커졌다.
아파트가 브랜드, 고급화되고 가격이 오르면서 주거가 양극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체된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을 통한 공급을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과 토지공급 경쟁체제, 취/등록세 및 양도세 완화, LTV1/DTI2 완화를 통한 ‘거래 활성화’3라는, 어찌보면 상충되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해당 정책들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효용성은 미비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크라이시스 때문이었는데요. 이명박 정부는 집권 전부터 주택가격 폭등은 참여정부의 과도한 수요규제 및 소극적 공급에서 들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초, 2기 신도시가 가시화 되면서 이미 시장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상태4였습니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일지를 죽 살펴보면, 공급에 대한 대응보다 지속적인 경기 부양에만5 중점을 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호황기가 지난데다 IMF를 지나며 생긴 공급 적체가 2기 신도시 등으로 어느 정도 해소되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에 유동성까지 줄어들기 시작하자 주택가격 역시 떨어졌던거죠. 주택가격은 안정이 아니라 하락세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면서 이후 2기의 보수정부는 당시 중산층의 거의 유일한 자산6이던 집값 부양에 골몰하게 됩니다. 실제 은퇴자산 축적이 자산 비중 대비 24.1%로 부족한 편이며,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51.3%에 달하고, 전세보증금이 금융자산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농촌 시대의 유일한 자산이 집에서 키우던 소라면, 지금 시대에는 집 그 자체가 되어버린거나 다름없었습니다.
초기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을 보고 ‘서울권에 나오는 150만 가구짜리 반값 아파트’라고 극찬했으나, 실제 총 사업승인 물량은 13만 가구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10만 2천가구, 고덕강일/과천/오금/신정 4지구에 2.8만 가구)에 그쳤습니다. 하남시 감북지구, 성남 고등지구, 광명/시흥지구(3차)는 공급7조차 하지 못했죠.
당시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까지 150만 가구, 2012년까지 수도권에 32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계획된 물량은 공급하지 못하고, 민간 시장만 위축시켰다”고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자 정부가 내세운 카드가 바로 민간자본 유입이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60~85㎡형 아파트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고, 민간 건설사가 분양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강남권인 위례지구를 제외하고는 건설사들이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지요. 분명 국가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 했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국가 단위 공급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기 수요가 줄어 겉으로는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은 안정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매입 사례입니다.
2008년 3월 말, 전국 미분양 아파트8는 13만 2천가구로 IMF 외환위기때보다 3만가구 이상 많았고, 이 중 83%가 지방 물량이었습니다9.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6.11 대책으로 거래를 허용해주지만 7월말까지 미분양은 16만 가구에 달합니다. 부랴부랴 8.21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을 줄이고, 지방 미분양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합니다.
이 매입은 두 번에 걸쳐서 일어났는데요10. 2008년에 6조 3천억, 2010년에 다시 5조 매입에 나섭니다.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총 14조11를 동원하게 됩니다. 시장에 근 20조의 돈이 풀린거죠. 이후 2010년 8.29 대책12에서 DTI를 풀어버리고 공적자금으로 전세자금을 지원하며 전세부분에서도 유동성을 급격하게 풀었습니다.
미분양을 국가가 매입한 이 물량을 원래 국가가 공공임대 등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환매조건부로 대기업에게 매매했습니다. 현대가 직원 사택 개념으로 법인용도로 구입, 오래 쥐고 있다가 기간이 지난 후 사원이나 민간에 비싸게 매도하는 식으로 짬짜미로 털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그 타워팰리스도 초기 미분양분을 설계사에 설계비 대신 떠넘기는 웃지 못할 사건13도 있었죠.
‘반값 아파트’ 공약으로 인한 청약 로또에 사람들이 목을 매었으나 실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은 축소되었고, 전세자금 DTI가 완화되는 과정을 겪으며 전국 전세가는 안드로메다로 가게 됩니다. 참여정부 3년간 전국 전세가 상승률은 3% 미만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3년간은 13.57% 상승14했죠.
이는 주택 매매 가격보다 실제 주거 안정에 더욱 큰 타격을 줬습니다. 이유는 가족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점차 아파트를 단계로 올려가는 주택 매입과 생애 구조의 연결 관계 때문이었는데요. 매매로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중저소득층은 전세에서 버텨나가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4년 국토연구원의 주거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전세에서 자가로 전환하는 비율도 감소중이고, 자가 거주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15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는 3가지 난항을 겪게 됩니다.
미분양 적체 과정에서 중서민층을 위한 주택공급이 급격히 감소했다
도심 내 재개발, 재건축 사업도 대세하락기와 더불어 주민들과의 마찰로 원활히 시행되지 못했다. 보금자리 주택 공급이 실패16하는 결과를 낳았다.
지지층을 위해 집값 활성화 정책을 폈으나, 반작용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해버렸다.
한편 서울 내 가구 구조는 빠른 속도로 1인가구의 증가 흐름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소득이 적은 이들에게 전세가의 빠른 증가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축소는 매우 뼈아플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서울 내에서의 여당 지지율 급감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카드로 정부가 당시 내세운 것이 바로 ‘도시형 생활주택’입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85㎡ 이하 주택을 잔지형, 다세대, 원룸형 등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원래 의도는 기존의 3~4인 가구 중심의 중/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이 해결해주지 못하던 수요를 해소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주택건설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 적용 기준을 배제/완화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라이비트 사용 규제 축소, 스프링클러 설치 완화17입니다. 이러면서 급격한 원룸/빌러 건설 붐이 일어납니다. 연 2% 이율의 건설자금 대출, 분상제 적용 면제 등을 타고 엄청난 홍보가 이어졌습니다. 잠실 푸르지오 오피스텔은 89:1 경쟁률을 기록18하는 등 실수요자보다 투자자들이 임대로 고정수익을 얻기 위한 청약 수요가 더 늘어났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일입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최고의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올랐습니다. 각종 규제완화에 힘입어 엄청나게 공급이 이뤄졌죠. 국토부에 따르면 2009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그 해 1,688가구, 2010년 20,529가구, 2011년에는 83,859가구로 증가했습니다. 2011년에는 123,949가구가 인/허가를 받아 3년 새 무려 73배나 늘었습니다. 이 중 80% 이상은 전용면적 30㎡ 미만의 원룸형19이었죠.
이 때 당시 중년층이던 50대20가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들어옵니다. 중앙일보 등 각종 일간지에서는 2010년 전후로 ‘9천만원대 투자로 연수익 1500만원 유지21’와 같은 홍보기사들을 내밀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초반에는 꽤나 수익성이 좋았습니다. 일부 대학가 주변 원룸형 주택은 2010년에 개실당 578~620만원의 수익을 창출22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붐은 금방 투자자에게서는 잊혀졌습니다. 과잉 공급과 높은 분양가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때 도시형생활주택을 매수한 사람들은 2016년 기준, 전국적으로 35만 가구23에 달하고 이런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아파트 공급을 조이고 원룸을 민간 자금을 통해 공급하면서 “중산층이 가진 돈을 시장에 투자하게 하는” 경기회복 수단으로 쓴겁니다. 제일 위에 언급했던 IMF 시기 명퇴자들을 상대로 이명박 정부가 딜을 한거죠. 2015년 기준 서울 주거용 신축 필지의 68%24에 이런 다세대 주택이 지어졌습니다.
‘힘들고 위험한 개인사업 하느니, 집에 투자해서 애들 상대로 월세 받아먹고 편하게 살아라’
하지만 과도한 허가 해제로 인해 공급난이 발생, 급격하게 슬럼화가 발생했고 시장에 공급한 과도한 유동성은 전세대란에 이어 월세까지 올리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거죠. 주택에 투자한 수많은 이들은 이때부터 그 주택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IMF 이후 살 길을 찾던 사람들이 얼마나 되고,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풀렸으며, 어떤 생각으로 유입되었는 지, 그리고 공존의 구조가 점점 깨지기 시작한 배경을 다루었습니다. 다음편에는 박근혜 정부 5년을 지나며 이어진 행복주택의 허상과 세월호, 그리고 심각해진 인구 문제가 주거시장에 가한 충격이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였으며 이 때 물린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 배경을 다루어보겠습니다.
Loan To Value : 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 여기서는 주택 담보대출 시 최대 대출 한도를 의미한다.
Debt To Income : 소득 대비 부채의 연간 상환 비율, 연소득 대비 상환이 정해진 DTI보다 높게 되면 대출을 할 수 없다.
https://realestate.joongang.co.kr/article/article.asp?pno=63548
http://www.mcnews.co.kr/55479
이수원. "이명박정부 1년 동안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한성대학교 부동산대학원, 2009. 서울
미래에셋 은퇴리포트, 2018,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가계 자산 특징 및 시사점, https://investpension.miraeasset.com/file/pdfView.do?fileNm=1538614770775.pdf
놀랍게도 조선비즈가 박근혜를 띄우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집중공격했습니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8/2013010801675.html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24/2008122400844_2.html
https://www.jjan.kr/article/20100829367033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00410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08110397757
https://www.yna.co.kr/view/AKR20100829021000003
http://m.naeil.com/m_news_view.php?id_art=25066
https://www.etoday.co.kr/news/view/465733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14061718738
https://www.ifs.or.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3202
http://www.la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20049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0051414018138951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6681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09102615137080131
https://www.joongang.co.kr/article/4403232#home
김수경, 이현정, 2011, 도시형 생활주택의 투자현황 및 투자요소 분석
https://weekly.donga.com/List/3/all/11/758099/1
https://news.joinsland.joins.com/total/view.asp?pno=135021
오우...오우...너무 어지럽다... 내 생각보다 무대 뒤가 더 추잡했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계속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 10년 전 50대 이상이었던 자들, 지금 60대 이상인 자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민정당 녀석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당시 쥐박이 정권이 유도한 '도시형생활주택'(도생) 구매에 자금(주로 IMF 명퇴 퇴직금)을 많이 밀어넣고 그것에서 상당한 이득(세입자 고려 않는 과다한 월세 수취?)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 글에서 도생을 매수한 가구가 35만 가구라고 쓰셨지만, 그 내용의 참고문헌인 23번 주간동아 기사를 보면 매수의 '대상'이 된 '도생이 35만 가구'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도생을 매수하는 사람이 평균 몇 가구의 도생을 사들였는지 제가 정확히 모르지만, 1명이 2가구의 도생을 샀다 치면 대충 반올림하여 20만 명이 산 것이고, 그들의 배우자까지 하면 40만 명입니다(실제로는 이보다 상당히 적을 듯함). 현재 유권자 총수가 약 4400만 명이고 그 중 60대 이상은 약 13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40만 명이면 전체 유권자의 1%가 안 되고 60대 이상의 3%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적은 숫자가 이 자들이 투표하는 어떤 큰 경향성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