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미 연방준비제도 (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2018년 이후 다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CPI, Consumer Price Index)는 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1년 3분기에 하락했던 GNI(국민총소득, Gross National Income)도 2021년 4분기에 1.2%p반등했지만 CPI 상승률 3%1를 따라잡진 못했습니다.
특히나 가뜩이나 기후위기로 유럽 재생에너지가 축소되면서 심각하게 이어지던 연료비 불안정 이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일방적 침공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연료비를 비롯한 모든 생활물가지수가 상승하는2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의 결합어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 침체까지는 가지 않지만 저성장 상태, 경기 둔화 중에 발생하는 이런 인플레이션은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라 불립니다. 특히나 2021년을 COVID-19 팬대믹 극복을 위해 대량으로 살포된 유동성 속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좋았다는 착시를 갖게 된 우리에게,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고 금리가 상승하는 2022년의 이런 체제는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COVID-19가 오미크론 변이를 하며 - 세계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 아직 완전히 박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크게 두 가지의 이슈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정상적으로 보급, 각종 물자의 엔드-투-엔드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의 여부.
세계 경제의 구조적 성장 모멘텀이 COVID-19 팬대믹 이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지의 여부.
경제 성장 모멘텀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
팬대믹 이전의 연간 성장률 2%를 꾸준히 이어나간다고 가정하면, 미국의 경제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아래 차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는 여름 정도에 어느 정도 회복되고, 큰 피해를 받은데다 금융과 관광 등, 탈-제조업 기조로로 성장해 온 유럽의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는 많이 느리지만, 그래도 2022년 말까지는 상당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경제, 정확하게 미국-유럽은 코로나 팬대믹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 하나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2020년에 이미 회복을 마쳤습니다. 방역이 완료되었다는 발표를 해 왔죠.
덕분에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을 빠르게 상실했습니다. 실제 2021년에는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중3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리오프닝을 견인한 방역부터 파열음이 나고 있습니다. 시진핑이 이끄는 당 지도부가 팬대믹 상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 심지어 최근 월평균 240만 TEU를 처리하는 선전항이 오미크론을 이유로 봉쇄되는 사태4까지 발생할 정도였으니까요.
중국 인민은행은 2021년 중반기부터 지준율 인하를 통해5 더 많은 대출을 가능케 하는 등 강력한 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리오프닝의 거품이 빠진 2021년 3분기부터는 분기당 각각 성장률 4.9, 4%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5%도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6입니다.
물류망은 회복 가능한가? 인플레이션은?
특히 COVID-19 유행 초기, 중국은 공장과 항구를 지금처럼 폐쇄했었는데 중국 항구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현상이 얼마나 세계 경제, 특히 물류에 있어서 거대한 타격을 주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류체계의 마비가 발생하면서 2020년 여름 이후 상품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치솟았었죠.
물론 아직까지 초기 반짝 했던 사재기 공포와 같은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고, 선물 지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등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장기물 가격은 단기물의 심각한 백워데이션7 수준에 이르진 못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당장 밀의 경우 2023년 후반기에 있는 원월물들은 서서히 가격이 내려가 2021년 초반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입니다. 이번 추수를 거치고 다음 해까지가 매우 괴로울 거라는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핵심은 미 연준 기준금리가 6차례 이상 상승할8 예고가 실현되는 2022년 말부터 농작물의 공급이 1차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 2023년 가을까지의 시기동안 세계 공급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지,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2022년까지의 버티기 과정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을 비롯, 한국 전문가들이 핵심적으로 슬로우플레이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챙겨야 할 지표는 역시 유가입니다. 생활물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 한국의 무역수지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세청은 2022년 2월 1일~20일 무역수지가 16억 7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9. 지난 2021년 12월에는 4억 달러 적자, 2022년 1월에는 4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그나마 에너지 비축량을 미리 늘리고 덜 추운 날씨로 인해 에너지 수입량이 줄어들어서10 2월에 선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연합의 인터뷰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인플레이션과 경기회복 속도가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현재 미국의 상황을 슬로우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 물가에도 원자재가격 상승이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어 비슷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 : "COVID-19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으로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이 크게 제약되면서 하반기 성장률에 위험신호가 들어오게 됐다"며 "공급망 차질에 의한 물가 상승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11
반면 2022년 3월 기준, 중앙의 인터뷰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은 3월 초중순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는 4월 말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분기 이후 공급·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에 대응해 세심하게 거시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12
미 연준 기준금리가 2023년 기준 2%에 도달하면, 한은 기준금리는 약 3%까지 오를 것을 쉽게 전망할 수 있습니다. 석유 가격 역시 OPEC의 증산, 러시아의 공급 회복 없이 배럴당 100$대를 이어가면 동시에 두 가지 피해가 모두 겹쳐서 리스크가 크라이시스로 변할 수 있습니다.
BOA(Bank Of America, 뱅크오브아메리카)와 BNP파리바 등은 “2010~2011년 원자재 값 급등으로 슬로플레이션이 발생했던 때와 현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1970년대 ‘오일 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만큼은 아니어도 물가·임금 상승이 맞물리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죠.13
특히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14를 바라보면서, 부실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중입니다. 앞선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의 CLO처럼 대형 참사는 터지지 않아도, 서서히 회사채가 마르고 사람들의 지갑이 마르며 물가는 올라가는, 괴로운 긴 경제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어떻게 하건 발행량을 억제하며 돈을 순환시켜야 하는데, 현 당선인의 공약에서는 주택시장 대출, 징세 완화 외에는 별 다른 정책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블랙락 인베스트먼트는 자사의 글로벌 투자 동향15 페이지를 통해 아래와 같은 3가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아가는 것(Living with inflation)
혼란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Cutting through confusion)
탄소 중립으로 가는 것(Navigating net zero)
1번은 지난 포스팅에서 쓴 것 처럼, 인플레 연동 채권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항책을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2번은 시장이나 정책 입안자가 인플레이션을 잘못 읽고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 리오프닝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금부터 각종 주식(주로 US, EU)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것입니다.
3번이 중요한데요. 2번에 대한 부연설명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결국 기후 변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후변화로 북해 바람이 약해지고 독일 일조량 감소, 추운 겨울 → 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 → 에너지 수요 폭증 → 러시아의 이권 요구 → 중국, 호주의 석탄까지 긁어갈 정도로 심각해진 에너지난 → 에너지 가격 급증 → (그 사이 어딘가 요소수 대란) → …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충분히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 탄소 제로는 막연한 공상과학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녹색전환(Green Transition)은 집적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고, 이는 EM(Emerging Market, 신흥 시장, 비선진국으로 구성된)보다 DM(Developed Market, 선진국 시장) 투자를 선호하는 쪽으로 연결됩니다.
2020 이후 불 마켓을 보고 들어온 대부분의 개인이 제대로 된 정체기나 조정장을 못 겪어봤다는 점에서, 이렇게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엔 자칫 공포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VIX 수치16와 Fear and Greed 지표17 등 시장의 컨센서스가 아직까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으나, 장단기금리차는 예상을 깨고 0.17까지 내려오면서 공포로 가는 길이 좀 더 많이 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로 인한 일시적인 반응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수치일 것입니다.
당장 신규 포지션을 잡기에 앞서,
이자 비용 등 본인의 현금 흐름을 최우선적으로 점검하신 뒤
자신의 현재 투자 포지션과 수익률을 점검하고
이성적 매도가 아닌 패닉셀에는 동참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당장 증시가 폭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불경기가 찾아오기 전까진 기준금리가 다 오르고 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된, 일종의 호재로 인식되어 알짜 주식들은 불경기가 오기 전까지 더 높은 상승 흐름을 맛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쉬운 시장에서 시작한 투자자들이 흔히 돈을 버는 것이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약세장이나 조정장이 오면 오히려 더 큰 실수를 저지르면서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매매 어플을 지우고, 손가락도 저기 어디 냉장고에라도 넣어두신 뒤 차분히 기회를 살피시며 시장에 대한 공부를, 지표들에 대한 해석을 하시길 권장드립니다. 그럴 멘탈이 아니라면 무협지18라도 읽으세요(…)
지금 잘 버티는 사람이, 이후 인버스 투자 타이밍을 거쳐 다음 경기 확장기까지 살아남으면서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어렵지만, 꼭 살아남읍시다. 시황이 이러니, 한참 힘든 시기 서로를 격려하며 하던 말, 스팀잇에서 쓰던 마무리를 간만에 할까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힘냅시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1203/110604127/1
https://www.korea.kr/news/policyBriefingView.do?newsId=156498239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apr/17/china-economy-shrinks-record-wuhan-covid-19-death-toll-rises-50-percent
https://www.tradlinx.com/blog/market-trend/%EC%A4%91%EA%B5%AD-3%EB%8C%80-%ED%95%AD%EA%B5%AC-%EB%8F%84%EC%8B%9C-%EC%84%A0%EC%A0%84%EC%8B%9C-%EB%B4%89%EC%87%84-%EC%A4%91%EA%B5%AD%EB%B0%9C-2%EC%B0%A8-%EB%AC%BC%EB%A5%98%EB%8C%80%EB%9E%80/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22232.html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1409#home
Backwardation(백워데이션), 현재 거래되는 물건의 가치보다 (미래에 거래될) 선물 상품의 가치가 낮게 측정되는 것. 반대말은 Contango(콘탱고) 상태이며, 일반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많은 선물 상품은 콘탱고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3/244164/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2/16604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9899#home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8395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3230#home
https://www.sedaily.com/NewsVIew/22STQKY8SF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890770
https://www.blackrock.com/corporate/literature/market-commentary/weekly-investment-commentary-en-us-20220314-ukraine-war-to-cut-growth-up-inflation.pdf
https://fred.stlouisfed.org/series/VIXCLS
https://money.cnn.com/data/fear-and-greed/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70614444559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