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발표가 이제 몇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메일을 받아보실 때 쯤은 이미 발표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전 발표의 점도표1와 생산자 물가지수(PPI, Producer Price Index) 등을 미루어 보아, 급격한 증가가 아니라 당초 예상대로 0.25%p 증가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 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가 꽤나 증가했지만 단시기에 금리를 당기기에는 급격하게 증가한 주택담보대출과 언제든 들이받으러 달려들 수 있는 회색 코뿔소2인 레버리지 론과 CLO(매출채권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 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상승을 택할 수 없다는게 타자를 포함한 시장의 일반적인 추측입니다.
한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러시아의 달러표시채 만기일이 도래하는데, 문제는 러시아가 지금 경제 제재중이라 달러 거래를 할 수 없어서 해당 채권을 루블화로만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당연히 국제 금융 시장은 이를 받아줄 리가 없고3, 30일 유예가 지나면 러시아는 자동적으로 디폴트(Default, 채무 불이행, 혹은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는 ‘타협에 대한 희망이 있다’4고 발표 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생각보다 느리게 오르고, 전쟁이 평화 무드로 약간 기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보이자 다시 장단기금리차는 벌어져서 0.23에서 0.07p 올라 0.3까지 올라왔습니다. 사실 지금 성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것을 고려해도 0.35~0.4 정도를 유지하는것이 차트상 적당해보였는데, 전쟁에 대한 공포로 과도하게 떨어진 면이 있죠. 100%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장단기금리차의 흐름을 보면 경제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토막지식 - 장단기금리차란?
(미 국채 10년물 채권금리) - (미 국채 2년물 채권금리)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는 장기물일수록 높아야 합니다. 돈이 2년 묶여있는데에 대한 보상이 10년 묶여있는데에 대한 보상보다 낮으면 10년짜리 채권에 투자할 이유가 없을테니까요. 이걸 좀 유식한 말을 섞어 아래 수식으로 표현합니다
(장기금리) = (미래 단기금리의 평균) + (기간 프리미엄)
그런데 특정한 상황에서 이 금리 차가 역전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분명히 3개월 적금을 들었는데 1년 적금보다 이자율이 높아지는 엽기적인 사태가 발생하는겁니다.
단기 채권 금리의 상승 : 급격한 긴축정책 발생 등으로 중앙은행 등이 현금 확보에 나선다 → 채권 매물이 증가하고 시장이 이를 모두 소화하지 못해 가격이 내려간다 → 채권 가격이 낮아지니 상대적으로 채권수익률(만기수익률-채권가격)이 증가한다
장기 채권 금리의 하락 : 향후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하고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사들인다 → 수요가 발행에 비해 많아지므로 채권 가격이 점점 상승한다 → 채권 가격이 올라가니 상대적으로 채권수익률이 낮아진다
두 상황 모두 장기 미래에 대한 낙관보다 당장의 흐름을 걱정하는 기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를 뒤집은 경우, 대부분 1~3분기 사이에 불황이 찾아왔습니다5. 특히 10년물-3개월물 금리차의 경우는 10년물-2년물 차이보다 더욱 뚜렷하게 시장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것6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인가?
미국 CNBC는 지난 15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Bank Of America) 설문조사를 인용해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꼽은 위험 1순위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도했습니다. 1조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 341명 중 62%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는데요. 이는 한달 전에 조사했을 때의 30%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수치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인지, 혹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습니다만, BoA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단 해리스는 유가 급등 등을 이유로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에만 치중하면, 물가도 잡지 못하고 경제성장률도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하는 등 곳곳에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장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전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970년대와 2022년을 비교해볼까요?
오일쇼크가 공급 축소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코로나 19와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 축소가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켰고)
폴 볼커를 중심으로 한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예고되었으며 (금리 인상 및 양적 긴축이 작동중이며)
중동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있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과 슬로우플레이션 시대에 대해 각각의 생존전략을 구비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가 이미 겪어봤던 스태그플레이션부터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투자에 앞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살아가는 자세
영국의 경제 컬럼니스트 팀 하포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를 살아가는 것을 “큰 쇳덩어리에 수갑을 채우고 수영을 하는 처지”라고 언급7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대한 생존법으로 ‘더 강인하고, 수완이 풍부하며, 독립적이 돼야 한다’고 말했죠.
강인해져라
강인하다는 말은, 재무 상태의 견고함을 말합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가 상승되고 불황으로 해고의 위험성이 있는데다 기본 생활 물가 자체가 오르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현금 흐름을 건전하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신규 대출을 줄이고, 우선 순위를 더욱 꼼꼼하게 따져서 소비를 조절해야 합니다
수완이 풍부해져야 한다
‘현금이 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저축예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죠.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땅한 상품을 찾아내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현금의 장점은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상품이 수익을 줄 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상당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비중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습니다) 활발하고 빠르게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합니다.
독립적이어야 한다
정부나 언론을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살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잡기 위해 국민이 희생하는 방향으로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정보들을 무작정 신뢰하기보다 본인 스스로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기순환과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금
일반적으로 생산량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경기는 골디락스, 디스인플레이션, 리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뉘어집니다. 아래 표는 1973년부터 각 단계에서 성과를 보인 자산군들과 경기 주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973년과 지금이 동일하진 않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의 시기에는 금과 원자재가 높은 수익을 거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실질 이자율이 인플레이션과 성장 기대치 하락에 의해 줄어드는 과정에서, 제로 수익률 자산인 금을 소유하는 기회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금을 소유하는 것 자체는 투자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구매 시 부가세 10%가 있기 때문인데요. 뒤집어 말하면 10% 이득을 봐야 겨우 본전치기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되는겁니다. 그렇다면 금 통장은 어떨까요? 이쪽도 만만치 않습니다. 매매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 15.4%가 있으며, 수익이 2천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 종합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그나마 개인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건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인 KRX 금현물 계좌를 개설하거나 금 ETF (SPDR Gold Minishares, #GLDM)를 매매하는 방법 등이 있지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그 외에도 투자 방법은 다양하게 있습니다. Franklin Templeton의 APAC 투자 책임자 Subash Pillai는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이란 원리금을 물가지수에 연동시켜 상환받는 채권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TIPS)입니다. 미국 시장에선 #TIP, #SCHP, #VTIP, #STIP, #SPIP, #LTPZ 등 다양한 ETF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편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Alliance Bernstein, AB) 은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 마진도 증가하고, 은행의 신용상태가 개선될 수 있기에 금융 섹터 채권에 투자하거나 원자재를 생산하는 이머징마켓의 관련 주식, 경기순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글로벌 가치주 등을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어려운 시기를 버티며 최대한 현금흐름을 건전하게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본인의 소비습관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나가면서 건강을 관리, 큰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나씩 대비해보는건 어떨까요?
FOMC 위원들이 앞으로 전망하는 금리를 점으로 된 도표 형식으로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global-stock/2021/12/16/5WY54N4OEND3RNESZ5U7URD4NU/
<Gray Rhino> 이론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고 지속적으로 경고가 주어지고 있는 위험(Risk)인데도 불구하고, 그 위험의 발생 가능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68742
https://www.aljazeera.com/news/2022/3/16/russia-says-parts-of-a-ukraine-compromise-deal-are-close
<금리 스프레드를 보면 경기가 보인다> LG주간경제, 2001/3/7.
https://www.kcmi.re.kr/publications/pub_detail_view?syear=2019&zcd=002001016&zno=1483&cno=5292
https://timharford.com/2008/06/an-anti-stagflation-strategy-move-back-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