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 위기가 찾아옵니다. 세계구급 은행이 부도를 내고, 수많은 사람들이 집과 일자리를 잃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 경제참사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였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대출 상환 가능성이 낮은 계층(SubPrime)에게 주택담보대출(Mortgage Loan)을 과도하게 해 주면서 생긴 일입니다. 대체 왜 이게 문제가 되었을까요? 시간을 그때로 돌려봅시다.
주택담보대출 그 자체만으로는 큰 돈을 벌기 힘듭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거액의 대출금을 내주고, 20년에서 30년에 걸쳐 이자를 조금씩 조금씩 받게 되는건데, 은행의 돈이 죄다 대출로 묶여버리는지라 큰 돈이 생기기는 힘들죠. 그래서 은행은 수백, 수천, 수만개의 주택 담보 대출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금융파생상품인 MBS(Mortgage Backed Security)를 만듭니다.
은행은 이 채권을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기관에 매각하고, 수십년에 걸쳐 받을 원리금을 한번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연기금과 같은 기관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안 갚는 사람이 없으니 리스크가 거의 없는 투자처가 되는거죠. 은행은 이런식으로 대출을 해주고, 그걸 묶어서 파는 식으로 엄청난 돈을 순식간에 쓸어담았습니다.
은행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MBS로 팔려나가지 않은, 신용등급이 불량한 주택담보대출들을 다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증권) 라는 파생상품으로 묶습니다. 주택담보대출만 전담으로 하는 대출기관들이 부동산 활황을 틈타 MBS나 주택담보대출을 대량으로 발행했고, 투자은행들은 이를 사들여 재합성한 뒤 CDO로 만들어 매각했죠. 그 CDO들은 다시 조합되고 재포장되면서 합성 CDO가 됩니다. CDO의 CDO인 CDO-1, CDO-1의 CDO인 CDO-2… 이렇게요.
합성 CDO를 쉽게 말하면 연쇄 도박입니다. 빚을 진 채무자들에 돈을 걸고, 그들이 빚을 정상적으로 상환할지 내기를 하는거죠. 처음엔 채무자들에 돈을 걸다가, 그 다음엔 돈을 건 사람을 대상으로 돈을 걸고, 이런 과정에서 점점 내기는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1천만 달러의 투자금이 수십억 달러로 불어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미국의 신용등급, 그리고 갑자기 닌자가 나타났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Prime → Alt-A → Sub-Prime으로 구분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준으로 대충 적용하면, 신용점수 620점 이하인 개인이 서브프라임에 속합니다. Prime이나 Alt-A에 비해 상환가능성이 낮아서, 대출금리가 2~4% 정도 높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NINJA입니다. No Income, No Job or Asset의 약자인데요.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해주다가 더 이상 대출을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런 대출상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에게도 대출을 해줘서 집을 사게 합니다. 미칠듯한 부동산 광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거죠.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안 갚으면 집을 받아다가 그걸 처분하면 무조건 남는 장사가 되거든요.
그리고,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납니다. 주택시장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게 되죠.
“야 근데 집값 이거 이대로 계속 오르긴 하냐?”
사실 전조는 있었습니다. 2005년,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이었던 옐런 그린스펀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미국 금리에 대한 장외 옵션을 비롯, 특정한 파생상품 시장에 위험이 집중되고 있는 특정 종류의 파생상품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I indicated some concerns about the risks associated with derivatives, including the risks posed by concentration in certain derivatives markets, notably the over-the-counter (OTC) markets for U.S. dollar interest rate options.”1
앞서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MBS를 팔았다고 했었죠. 계속 기초자산(주택) 가격이 상승할 만큼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흘러들어온다면 시장은 유지될 수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시장엔 끝이 있었죠.
부동산 하락이 왔습니다. 담보물의 가치가 내려갔으니 대출을 연장하지 못하고 상환을 해야하죠. 빚을 변제하지 못한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이 먼저 채무 불이행자가 됩니다.
그렇게 CDO가 붕괴했습니다. CDO가 붕괴하자 거기에 매달려 있는 파생 CDO들이 붕괴했고, 거기에 수 조 달러를 배팅한 은행들이 변제를 하지 못하고 파산합니다. 그 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CDO와 MBS가 휴지조각이 됩니다. 그리고 연쇄반응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도 연관이 있죠. 당시 파산한 은행인 리먼 브라더스를 산업은행이 매수할 뻔2 했다가 막판에 깨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재부장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대통령의 고대 동기인 김승유 (당시) 하나 금융지주 회장에 의해 진행되었다는 문건이 나오기도 했지만3, 뭐 어찌되건 그 참사는 피해갈 수 있었으니 불행 중 다행인 일이죠.
꽤나 길게 CDO와 MBS, 그리고 파생상품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바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파국의 날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가계부채와 CLO, 그리고 금리인상이 낳는 파멸의 날. 그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CLO, 대체 뭐 하는 물건인고?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을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행(?)인지 레버리지 론과 CLO의 구조는 MBS와 CDO의 구조와 매우 흡사합니다. 레버리지 론은 기존에 보유한 부채가 많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정크 등급의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자산을 담보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여 대출을 받는겁니다. … 적어놓고 보니 굉장히 쎄하죠? 네. 바로 서브프라임과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전 은행들은 “아 밖에 나앉기 싫으면 주택 대출 이자 갚아야지 ㅋㅋ”를 하며 돈을 마구 빌려줬고요. 지금 은행들은 “아 돈을 빌려 사업을 하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ㅋㅋ”를 외치며 돈을 마구 빌려줬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쭉 이어지자, 고수익 자산을 찾던 은행들이 만들어 낸 끔찍한 혼종이죠.
이 레버리지 론의 시장 규모는 약 3조 달러4, 파생된 CLO 역시 1조 달러 이상의 규모입니다. 물론 10조 달러에 달하는 서브프라임의 파생 CDO 규모에 비하면 파급력은 작아보입니다만, 문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연준이 했던 솔루션인 양적 완화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코로나 팬대믹을 거치며 엄청난 유동성이 풀렸기에, 신용 경색으로 인한 금융 위기가 초래되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거죠. 특히나 연준의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2단계, 오는 17일 처음으로 인상될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기업들의 레버리지 론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LO는 급락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 및 통화감리국(Curreler of Currency of Currency)은 지난 2월 14일, 상업용 부동산을 포함,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러 부문 부채에서 취약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팬대믹을 겪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감염병 위기 속에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트럼프 행정부의 제로 금리가 발동 되고,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낮은 금리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용도로 다시 돈을 빌렸습니다.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기업들마저 부채가 크게 증가했죠. 이런 와중에 저금리로 인해 높은 수익을 찾던 은행들이 만들어 낸게 CLO였는데요. 결국 금리 인상은 돌고 돌아 CLO라는 위기의 뇌관을 두들기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FED가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에 의해 CLO 위기를 억제5해왔지만, 그 테이퍼링은 이제 종료되어버렸죠. 구원 투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기준금리의 상승은 많은 것을 위협합니다. 미국 가계대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6 미국의 가계부채 총액은 사상 최고치인 14.5조달러(약 1.7경원)에 달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동안의 주택담보대출이 4.6조달러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말은, 아직 상환되지 않은 대출 44%가 지난 1년 동안 새로 발행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상환 연체에 아직 노출되지 않아서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라는거죠.
다행스럽게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수준7입니다만, 이게 결코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안정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피부로 문제를 겪은 뒤에야 연체를 하기 시작하니까요. 이건 소위 말하는 후행지표입니다. 물론 서브프라임 위기처럼 연체율이 미친듯 올라가는 동안에도 시장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대파국이 터지기도 하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보고 있을 필요가 있죠.
문제는 금리인상입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만기 30년 기준 4.06%8로 1년 새 약 1% 이상 올랐습니다. 이게 특히 위험한 것이, 2020년에는 주택 가격이 10.4%, 2021년 18.8% 급등하는 등 (한국은 여기 비하면 장난이죠…) 이미 주택 가격에 상당부분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신규 가계부채로 인해 발급된 MBS는 고스란히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거죠.
거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분쟁으로 인해 공급 이슈가 터지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가속 페달을 급격히 밟고 있습니다. 돈을 풀어서 해결될 시기는 진작에 지나버렸죠. 한국 역시 전월세 보증금을 계산하면 숨은 가계부채가 850조9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고스란히 금리 인상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져야 합니다. 무엇 하나 치명적이지 않은 리스크가 없습니다.
코로나 팬대믹을 지나며 즐겁게 누렸던 유동성 대잔치는 이제 금리인상이라는 마지막 절벽으로 우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뤄뒀던 정크 본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론과 CLO, 지독하리만큼 상승했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고통받으며 올라간 가계부채가 모두 지금까지 즐거웠던 한 때(?)를 정산하라고 계산서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위험이 커다란 위기 없이 잠잠히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에그플레이션(AgriCulture + Inflation, 농업 작황 위기로 오는 인플레이션)을 비롯하여 조금이라도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 지거나 물가 상승이 뒤틀리는 요인이 추가되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파멸을 피해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 파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다음 뉴스레터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는 방법, 투자하는 방법을 같이 알아보도록 합시다. 모두에게 행운을 빕니다.
https://www.federalreserve.gov/boarddocs/speeches/2005/20050505/default.htm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82339471
https://www.viewsnnews.com/article?q=92309
https://www.forbes.com/sites/mayrarodriguezvalladares/2021/08/10/the-us-leveraged-finance-market-is-at-a-record-3-trillion/?sh=52fc0591788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3703#home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80414431965950
https://www.corelogic.com/intelligence/buy-stories/loan-performance/u-s-mortgage-delinquency-rate-at-a-record-low-in-december/
https://www.mk.co.kr/news/world/view/2022/02/17662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8783#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