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는 24일 본인의 SNS를 통해 이번 『레고랜드발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입장문에서 지사가 주장한 바는 크게 아래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BNK는 강원도와 협의없이 임의로 GJC를 부도처리했다.
(전임 지사가)많은 빚을 남겨놨다. 보유자산을 매각해서 혈세를 지키겠다.
성남시 모라토리움보다 이번 회생이 약한 조치이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많이 납득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하나하나 파악해 보겠습니다.
BNK가 강원도와 협의없이 임의로 GJC를 부도처리했는가? - 거짓
지난해 8월 아이원제일차와 대출기한 연장에 합의, 4개월 선취이자를 납부한 대상은 강원도가 아니라 GJC1(강원중도개발공사)입니다. 또 BNK 투자증권은 “선취이자 지급은 기본 전제 조건이고 주관사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연장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고, (갑작스런) 회생 절차 결정으로 (연장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2”고 말했습니다.
요는 GJC측과 도는 8월까지는 회생에 돌입할 의도가 없었고 실제 대출 연장에 대한 협상도 진행되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회생 발표로 인해 연장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도 강원도측의 태도는 ‘오해’라는 도지사의 입장문과 다릅니다.
BNK는 7일 논의를 마치고 ‘(강원도측에게) 자금 지급 기일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3’고 합의 불발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후 12일에도 대면 협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지급시기 등과 같은 핵심 쟁점에서 강원도측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확인4되었습니다. 사실상 “아무튼 갚을거라고!” 라는 말만 한 셈입니다.
전임 지사가 남겨둔 빚이 많다, 보유자산을 매각해 혈세를 지키겠다 - 거짓
실제 강원도의 부채 수준은 2022년 현재 8,193억 수준입니다. 지급보증액을 고스란히 부채로 떠안아버린 2,050억까지 포함하면 1조 가량5입니다.
그러면 최문순 지사 시절에는 어땠을까요? 2021년 부채잔액은 6,568억, 2020년은 4,915억이었습니다. 이는 2021년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집행을 위해 3,169억의 지방채를 편성6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강원도의 캐시카우였던 강원랜드조차 3분기 연속 적자7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죠. 평소 강원랜드는 2019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 5,022억, 당기순이익 3,351억8으로 강원도의 경제를 사실상 책임져주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평창올림픽입니다. 강원도는 과거 2016년, 올림픽 종료 후 지방채 발행을 멈추고 실질관리 채무를 제로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9 있습니다. 실제로 상환도 어느 정도 진행되었었죠. 실제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0, 2014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인해 엄청난 적자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최흥집 당시 강원 부지사가 과도한 투자를 했던것이 실책으로 돌아왔죠.
물론 용평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었고, 슬로프 상태도 별로였으며, IOC측에서 하이퍼 프리미엄 시설을 요구했었던 부분까지 결합해서 사업이 커져야 할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급 분양을 위해 공사비를 계속 증액했던 것은 꽤나 큰 실책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2016-2017 사이 2년간 최순실의 개입으로 공사가 중단10된 것 또한 비용 증가에 일조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공사비가 1.6조 수준11까지 늘어났습니다.
결론지어보면 레고랜드를 지원하기 위한 894억 규모의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위해 지방채를 발행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긴축 자체는 진행했으며 실제 부채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대믹 속에서도 실제 발행된 채권 대비 부채 증가율은 꽤나 억눌려진 상태였죠.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주장하는 ‘7천억 부채 때문에 강원도 재정 곳간은 위기에 처한다12’는 레토릭은 평창-알펜시아를 처분하며 크게 감축한 부채와 평창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생긴 부채의 원인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치공세에 가깝습니다. 실제 부채 항목을 일일이 따져보면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했던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제외하면 당장 급하지 않은 부채거나 알펜시아에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진짜 부채 문제는 여전히 3천억 부채가 남은 알펜시아가 아니었을까요?
2022년 기준 강원도 실질 부채 1조 243억 (1)
- 레고랜드 GJC 관련 2050억 (2)
- 알펜시아 처분 후 잔여 채무 3000억 (3)
- 코로나 재난지원 지방채 5144억 (4)
- 국제컨벤션센터(레고랜드용) 895억 (5)
= ???
(1) https://www.nocutnews.co.kr/news/5803013
(2)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67059&code=11151100&sid1=sp
(3) https://m.ytn.co.kr/news_view.php?key=202202181731490797&s_mcd=0115#return
(4)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47278
(5) https://www.yna.co.kr/view/AKR20210308123400062
오히려 사업화가 되어서 천천히 상환에 나서도 될 레고랜드 2,050억을 일시불로 떠안게 된 것은 김진태 현 지사 본인의 오롯한 실책입니다.
성남시 모라토리움보다 이번 회생은 약한 조치이다 - 거짓
모라토리움은 채무지불유예입니다. 기본적으로 미룬다는거죠. 모라토리움이나 디폴트 후에 아예 사업 진행이 되지 않았음을 고려하고 강제 청산 혹은 외부의 지원을 받는 과정을 회생조치라고 부릅니다.
게다가 당시 성남시가 가지고 있던 판교특별회계 5,200억은 LH와 국토부에 들어갈 돈이라 지금과 같이 민간 금융사에 직격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영향이 아주 없진 않았습니다. 지금과 같이 지방채에 대한 신뢰는 당시에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CP 금리를 보면 부산도시공사 3월물이 3%13를 넘지 못하는 등, 5~6%를 넘어 일부 회사채 조달금리는 10% 이상을 바라보는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현재 경색된 시장 상태를 고려한다면 이는 말도 안되는 억지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레고랜드는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이었을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떠오르는 문제만 해도 중도유적을 밀어버린 문제라던가, 7천억 이상의 혈세가 낭비되었다는 문제, 멀린에 노예 계약을 했다는 문제와 GJC 자체가 적자행진이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조목조목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레고랜드 2022, 과연 파산을 앞둔 상황이었을까요? - 거짓
레고랜드는 실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코로나 팬대믹까지 겪으면서 개장이 상당히 오래 지연되었습니다. GJC도 큰 손해를 봤죠. 9월경 GJC는 “대출금 중 412억이 자체 상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의회와 강원도에 도움을 요청14했습니다.
사실 GJC에도 할 말이 있는 것이, 중도 문화재 출토 과정에서 비용이 모자라 발굴 자체가 진행이 느려져서 결국 사업이 장기화, 손실 기간이 길어진 것이기 때문에 발굴을 해야 했던 도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죠. 물론 이 412억도 부지매각대금을 모조리 계산한 돈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매각이 안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실제 GJC측은 BNK와 롤오버 협상을 하고 있었다는점에서 파산을 앞뒀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선사유적지 vs 레고랜드, 누가 우선일까요? -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님
중도 선사 유적지의 경우 어마어마한 분량의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 도중에 발굴이 진행되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발굴 2개월만에 바로 이를 모조리 복토하였습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의도적인 은폐라고 주장15하고 있습니다.
중도유적의 분량 자체는 어마어마합니다. 개발행위 전 의무발굴로 시행면적의 3%만 열었는데도 나온것이 유물 9220점, 유구 3090기, 환호 2기, 주거지 1423기16입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보존보다 개발을 택했습니다. 유적공원과 유물박물관을 설립, 레고랜드 오픈과 함께 같이 개관하기로 했었17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죠.
분명히 유물보존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자금난이 터지고 사업에 각종 제동이 걸리면서 박물관은 제대로 착공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레고랜드 사업 자체도 잘 되었나 하면 현재 규모가 1/3인 레고랜드 재팬과 어트랙션 수가 비슷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공기만 계속 늘어나면서 제대로 투자가 되지 못한거죠. 과거 정부들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기에 여러가지로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만, 부지 확보도 되어 있고 발굴 자체는 되었기에 차차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다루었던 영동·영서 간 지역감정과 지방 일자리와 같은 지방소멸 문제, 그리고 중앙정부의 강력한 푸시와 지난 경기도에서의 실패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지자체 입장에서는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큰 사업이었죠. 물론 다른 테마파크가 아닌 ‘레고랜드여야만 했나?’라고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다른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유일한 대책이었죠.
강원도는 ‘노예 계약’을 한 것일까요? - 현재까지는 드러나지 않음
지난 2013년에는 도와 멀린 그룹간 계약 중 ‘국내 출자사들이 의무 불이행 시 강원도가 해결한다’, ‘강원도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해야 한다’, ‘비용 조달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멀린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한다’와 같은 내용이 지적18되었습니다.
다만 이 내용은 GJC-LL개발과 STX건설과의 계약과는 무관하며, 불공정계약이라고 볼 근거는 부족합니다. 이후 GJC와 STX건설은 2019년에 계약해지를 최종 합의19했었으나 STX건설측이 2020년에 다시 가처분소송을 걸었습니다. 법정공방은 GJC의 승소로 2021년에 마무리20됩니다.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이 ‘임대료가 30%가 아니라 3%밖에 안된다, 멀린사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다’21며 “최문순 도정은 ‘레고 폭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확인했듯 멀린의 직접투자로 변경되면서 1,500억 이상의 직접 건축비용을 줄이는 것에 대한 교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국민의힘 박기영 도의원은 다시 2013년, 2020년에 있었던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 요구22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측에서는 “결국 2050억 빚을 떠안았다”며, “도의 노력에도 돌아오는 수익 한 푼 없는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특별한 추가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습니다.
또한 시민단체 일각에서 주장한 특혜시비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23에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용만 놓고 보았을 때, 레고랜드 사업은 친보수 시민단체24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가 주장하는 것처럼 문제만 있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언론 논조가 극단적 보수에 가까운 한국경제에서도 ‘하루 이자로만 1억이 나가던 알펜시아를 매각하고 레고랜드를 개장했다25’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정도니까요. 물론 잡음은 있었습니다. 다만 영동과 영서와의 갈등 등을 고려했을 때,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정적 실책은 범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같은 이슈들을 정치쟁점화 하면서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라는 캐시카우가 있어서 최대한 억누를 수 있었던 부채를 마치 당장이라도 강원도가 망해버릴 것 처럼 거대한 문제로 부풀린데다 급하지 않은 부채 2천억까지 떠안아버린 김진태 지사에게 있습니다.
김진태 지사 본인은 과거 '사업에 실패하면 소양강에 빠지겠다’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박근혜 치적인 레고랜드에 열심이었는데, 본인이 정작 지사가 된 이후에는 수많은 잡음을 일으키더니 종국에는 채권시장에 거대한 파국까지 일으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https://paxnetnews.com/articles/92788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6472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6734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7232
강원도 실질채무 2022년 현재 8193억원, 레고랜드 사업 부채 2050억원 https://www.nocutnews.co.kr/news/5803013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47278
https://www.ajunews.com/view/20220812095053071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77895#0DKW
http://www.siju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28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1141861362051
https://www.nocutnews.co.kr/news/5513442
“올(2014년) 상반기 말 기준 1조 2500억 원 가량의 부채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부채비율은 약 350% 수준이다. 매년 이자비용만 400억 원 가까이 지불해왔다.”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410230100042470002713&lcode=00
https://www.nocutnews.co.kr/news/5511995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76932&lcode=00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145569
http://www.ngonews.kr/100909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220166632268568&mediaCodeNo=257
https://www.handmk.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39
https://chmbc.co.kr/article/jNVzKrMK6y2QbMf
https://www.yna.co.kr/view/AKR20190830126300062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72766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07148190Y
https://www.m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181
9월 28일 불구속 입건, 현재 감사원 조사 중에 있습니다
https://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56764
몇몇 기사에서 정치색을 꽤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https://v.daum.net/v/20180530103307798
https://www.nocutnews.co.kr/news/5723983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206293397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