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망을 나타내는 뉴스들은 갈수록 부정적 전망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절반은 “내년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1하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잇단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는 중2입니다.
언제까지 엔저(低)를 유지할것만 같던 일본은행(BOJ, Bank Of Japan)도 장기금리를 인상, 사실상 금리인상에 동참3하며 유동성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는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낮은 엔화 이자를 통해 일본에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회수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전 세계에 풀려있던 유동성이 또 다시 축소되는 영향4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면 각국 채권을 비롯하여 자산 시장에 다시 한번 찬물이 끼얹어질 가능성이 생긴 셈입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김진태 지사가 PF 시장에 가한 충격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앞서 강원도는 이를 상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상환을 한다고 신용이 당장 회복되는것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리스크가 전이된 크레딧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주간조선에서 <2023년 부동산 PF 위기징후 보인다5>라는 기사에서 “문제는 2023년이다. 2022년 상반기에 만기를 1년 연장한 사업장들은 이제 곧 또 돌아올 만기를 메워야 한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는 부동산 하락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시기로 점쳐지고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0월에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발언6했던 내용, 지난 12월 16일 IMF가 “코로나19기간 저금리 영향으로 급등한 한국 부동산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내용7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와 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정리라도 하듯, 한국은행에서는 지난 22일, 22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8하였습니다. 약 17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중요한 데이터들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보이는 부분은 역시 누가 뭐라 해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죠.
보고서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 이유는 1.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 2. 경기 둔화 우려, 3. 주택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택가격 대비 임대료 비율(PRR, Price to Rent Ratio)도 하락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같은 보고서에 나오는 전세자금대출보유 차주의 DSR(Debt Savings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및 연체율과 께 보면 꽤나 무시무시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보유 차주의 DSR은 18년부터 하락하다 20년 1/4분기 코로나 팬대믹으로 인해 생긴 유동성 잔치를 타고 다시 60%대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연체율 역시 최근 증가해서 0.25%까지 증가했습니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보유 차주는 DSR 자체도 낮고, 연체율 역시 안정적입니다. 이 자료와 18~20년 사이에 갭투자가 급증했다는 자료9를 같이 놓고 보면 전세대출 자금에 부동산 시장이 꽤나 강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상승장에는 사실 별 문제가 없습니다. 현금흐름에 무리한 부채가 있어도, 어차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전세가가 같이 오르거든요. 다음 임차인이 들어올 때 전세금을 앞 사람에게 지급하고 그 차액을 챙기면 됩니다.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보이죠. 실제 그런 욕심에 높은 레버리지의 빚을 소위 ‘영끌’해서 시장에 진입한 젊은 층 신규 갭 투자자들이 노원-도봉-강북을 중심으로 상당수 생겼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시장 상황이 하락장이라는겁니다. 실제 금융안정보고서 내에는 ‘집주인의 11%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고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아야 보증금 하락분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분석10까지 있습니다. 전세가나 월세가는 보통 건물의 가치를 산정하는데 기초자료 중 하나로 활용됩니다. 형태가 다달이 들어오는 현금흐름이냐, 혹은 일종의 무위험 레버리지처럼 2년간 쓸 수 있는 임대냐가 다를 뿐, 전/월세는 곧 건물에서 창출할 수 있는 자본을 말하는거니까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공급물량입니다.
앞서 PF시장에 한랭전선이 돌고 있다고 언급했었죠. 건설사/시행사 입장에서는 단기 차입자금인 PF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분양을 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수천억에 달하는 돈을 건설사가 단독으로 상환할 순 없거든요. 보통은 PF 만기를 연기, 차환, 분양 연기 등을 하지만, 지금은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건 둘째치고 조달하더라도 금융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버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전국적으로 내년에 22만 호11, 강남 3구만 3.3만호라는 공급 폭탄 물량이 쌓여있다는겁니다. 그 중 13~15만호는 무조건 분양하지 않으면 건설사에 치명적 자금 경색을 유발할 수 있는 물량들입니다. 거기다 3기 신도시 공급도 본격화됩니다. 어떻게든 분양을 진행해야 하는데, 과연 미분양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장 둔촌주공만 해도 여러번의 추가 모집을 한 끝에 겨우 청약 미달을 면했12습니다. 그나마도 39제곱미터 특공은 미달이라는 처참한 성적표13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죠.
정리하면 호경기에 급격하게 진행된 재건축과 공급 추가분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특히나 강남 3구의 전세물량은 이미 3만가구 정도 도로 회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한 가운데에 전세가액은 끝간데 없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전세 시장에서 다음에 들어올 사람이 먼저 들어온 사람의 전세금을 부담해 준다라는 갭 투자의 필승 공식이 망가져버린겁니다.
여기에 집값의 하락으로 인해 “헐값에 파느니 전세로 돌린다14”는 주택 보유자들의 인식까지 겹치며 이 전세 물량 + 신규 공급 물량을 모조리 소화하지 않으면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전/월세는 부동산의 밸류에이션 척도 중 하나인데, 전세가액이 붕괴하면 부동산을 가지고 당겨 쓸 수 있었던 자금의 두 축인 1. 전세금 2. 주택담보대출이 한번에 모두 무너져버리는 꼴이 되는겁니다. 자. 여기서 한국은행이 보고서에서 언급했던 취약 대차주 11%의 부실화가 현실로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그 허공으로 사라진 세입자들의 전세금은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엥 그러면 집값 내려가서 서민들이 구하기 쉬워지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주택, 특히 서울 주택은 가격이 높다보니 주택담보대출, 즉 레버리지를 끼고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안그래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부동산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하는데 악재가 겹치면 대출을 얻기 더욱 힘들어집니다.
정책적으로 대출 완화, 구체적으로는 DSR에 대한 규제를 줄이라는 업계의 요구가 있음에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에서는 이미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너무 높고 취약계층은 부실화 위험이 크다는 것을 근거15로 DSR을 마지막 보루처럼 삼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은 내려가도 자금 수급이 쉽지 않아진다는겁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자산이 쪼그라들고 이자 상환, 즉 금융비용이 급증하며 부실화가 증가하면 지금까지 대출을 내줬던 은행들, 특히 소규모 저축은행들부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레버리지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계층이 한은 보고서상 고신용자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금융비용 증가로 인한 소비 감소는 실물경제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지난 21일 있었던 취득세 중과 완화 등 정부의 대책은 철저하게 시행사가 분양물량을 잠글 수 있도록 세금을 줄여주는 것과 취득세, 등록임대세재 지원, 양도세 과세 연장 등 계속 세금을 줄이는 식의 대책만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돈 있는 사람들에게 부동산 경기 부양 ‘해 줘’라고 말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실거주, 전매제한 규제까지 풀자는 이야기16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법인이랑 다주택자 규제를 푼 상황에서 실거주 규제까지 풀리면 당장 법인들이 자신들의 여유 자금을 이용해 매수를 하여 시장에 훈풍을 돌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생기지만, 금리로 인해 힘든 개인들의 물건을 싹 쓸어담고 그들을 청산엔딩으로 보내며, 이후 최악의 투기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3~5년 이후에 부동산 시장에 폭탄만을 떠넘기는 꼴이 되리라 전망합니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는 PF 부실화, 부실한 개인, 과도한 DSR이라는 수많은 악재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내내 상승장만을 노래하던 언론들도 2023년은 대세하락장이 올 것임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둔촌주공 발표와 정부의 대책 발표 후 좀 더 자세한 전망을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년 한해 동안은 부동산 매입은 멈추는 것이 좀 더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상승장에 사라고 하는 것은 쉽습니다. 경제 전문가인양 하는 것도 쉽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얼어붙으면 모든것에 조심스러워 질 수 밖에 없고, 한마디 한마디에 조심해야만 합니다. 어떻게 된게 항상 하락장에만 이런 글을 쓰게 되는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역시 사이클릭한 경기이기 때문에, 지나갈 것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시간을 잘 인내하고 좋은 기회를 거머쥐는 이들에게는 분명히 다음 사이클에서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밀어 주겠죠. 그 기회를 모두 함께 쥐고 가길 바래봅니다.
좋은 밤 되세요.
기업 390개사 중 50%는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약간 심각하다’는 답변은 46.2%에 이르렀다. 반면, ‘변화가 없을 것’ 혹은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 2.8%에 불과했다.
기업 형태별로는 대기업(55.1%), 중소기업(50%), 중견기업(43.8%) 순으로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복합 위기 지속 기간으로는 절반 이상이 1~2년(52.3%)을 꼽았다. 2~3년 이상(45%)과 1년 미만(2.7%)이라고 응답한 이들을 합산하면, 대다수(97.3%)가 1년 이상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조달러 엔캐리 청산땐 글로벌 ‘돈맥경화’
지난 2020년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 후 구매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고 임대를 놓은 이른바 '갭투자' 건수는 1만2284건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300여건에 그친 2021년 대비 3배 이상 많았다. (중략)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높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노원구의 경우 지난 2019년 전체 거래의 약 30%가 갭투자로 이뤄졌다. 2020년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갭투자가 유행하면서 6월에는 31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https://realestate.daum.net/news/detail/all/20220829182045629
국토부 측은 전매제한의 소급 적용 가능성을 열어둬 주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전매제한 여부는)내년 초 발표될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8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등을 언급하며, 분양 후 계약이 이뤄진 물건에 대해서도 전매제한을 소급해 풀어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081638?sid=101
혜안 늘 감사합니다. 이젠 트위터로 안 돌아오실 건가요??🥲
좋은 분석 늘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지만 잘 버텨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