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모든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금 조달이 일시정지되면서 요 근래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둔촌주공 PF까지 8천억 조달에 실패하는 대참사1가 발생했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남은 공사비 7천억+@를 기존에 건설사가 보증해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현대·대우·HDC현대산업개발·롯데가 대주단에게 돈을 꾸는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보유한 돈만으로 진행해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롯데건설은 곳곳에서 이런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2,000억 유상증자2에 5,000억을 차입3, 총 7,000억을 긴급 수혈하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른 건설사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여의도에서는 벌써 이름까지 특정해서 몇몇 금융사와 몇몇 증권사4, 몇몇 건설사가 파산위기에 처해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금감원측에서는 합동단속반을 가동해 루머 유포를 엄정 대처5하겠다 했으나, 시장 교란을 위한 루머가 아니라 곳곳에서 불안감에 나오는 루머인데다 나름대로6의 근거7도 있어서 실제 단속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입니다.
이런 시장상황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데다 부동산과 개발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는지라, 여기서 이어날 사고는 자칫 잘못하면 건설사 부도로, 나아가서 한보사태와 같은 대형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을거라는 불안감도 시장에 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런 위험성을 확인했으니 대체 십여년을 넘게 질질 끌어왔던 레고랜드가 왜 문제가 된 것이고,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대체 무엇이며, 왜 최문순 지사를 비롯해 강원도 모든 정치인들은 여야 관계없이 레고랜드에 올인을 했던건지 되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멀린 엔터테인먼트, 대체 무슨 기업일까요?
레고랜드는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가 2019년까지 소유했던 브랜드입니다. 레고는 엄연히 덴마크 기업인데 왜 레고랜드는 영국이 소유했었냐고요? 원래 레고랜드는 레고그룹의 소유였으나, 경영난으로 2005년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매각8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복잡하게 개입, 경영권을 가져오게 되비다. 멀린은 런던 아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영국의 디즈니’라 불릴 정도입니다.
이 과정을 주목해야 합니다. 당시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매물로 나온 레고랜드를 사려 했습니다. 하지만 창립 과정에서 대주주로 참가했던 사모펀드 에이펙스(Apex Partners)가 자신의 지분을 헤르메스(Hermes GPE)에 매각9하였는데, 최대주주가 된 헤르메스는 인수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멀린의 지분을 죄다 블랙스톤에 매각해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블랙스톤 아래에 멀린이 들어가고, 결론적으로 블랙스톤의 자금을 이용해 레고랜드 경영권을 2.6억 파운드(한화 약 4천억)에 매수하게 됩니다.
2019년 7월 다시 블랙스톤은 레고 그룹의 지주회사인 키르크비와 컨소시엄을 구성, 59억 파운드(한화 약 9.5조)10에 레고랜드를 포함한 멀린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잔여 주식을 인수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레고랜드의 경영권 자체는 2019년 7월 이전에는 닉 바니 CEO에 있었으나, 2019년 이후에는 키르크비가 완전히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멀린은 대행사이며 레고랜드 본사와 계약하지 않았다’거11나 ‘레고랜드의 지배구조는 영국 왕실이 70%(어디서는 또 50%)다’는 의혹을 제기12하기도 했는데, 이는 이후 이야기 할 사업의 진행과 관련이 깊습니다.
레고랜드, 대체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한국에서의 레고랜드 사업은 2007년 2월 레고랜드 코리아 SPC(Special Purpose Company, 특수목적법인)에 참가한 LTP코리아가 강원도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5월, 한나라당 소속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멀린을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에 레고랜드 유치전은 당시 꽤나 치열한 문제13였습니다. 과거 1999년 이천에 레고랜드를 세우려 했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그 시행령에 의거14하여 당시 건설 예정 부지 중 정부는 필요용지의 10분의 1(6만㎥)만 인허가가 가능하다15고 했고, 그나마도 수질오염 등을 이유로 투자를 막았습니다. 당시 레고랜드 유치를 위해 한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4개국이 경합을 벌이고 있었는데, 우선적으로 검토했던 한국행이 가로막히자 레고는 2002년 독일에 테마파크를 짓게 됩니다.
이후 독일에서 지어진 군츠부르크 레고랜드가 크게 흥하게 되자, 레고랜드의 한국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던 LTP코리아는 수도권에 새 부지를 물색하다가 08년 강원도가 보낸 러브콜에 호응,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레고랜드 사업을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로 선정16, 최동용(구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당시 춘천시장의 강한 드라이브 속에 외국인 투자지역에까지 선정됩니다. 또한 당시 강원도는 레고랜드에 대해 최대 50년간 공유지를 무상 임대하고 15년간 재산세도 100% 면제해주기로 했었죠. 이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평등 조약 중 첫 번째입니다.
춘천과 강원도, 그리고 정부는 왜 레고랜드에 목을 맸을까요?
당시 춘천시는 도와 함께 ‘통합 레고랜드 추진단’17을 발족, 춘천시내-중도-춘천역으로 이어지는 지방 활성화 목표에 몰입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춘천시장이 된 이재수 시장 역시 “금가루를 뿌려서라도 사람들을 시내로 유인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18며 지역 경제 및 개발과 연계하는것을 강하게 바래왔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 강원도 내에는 영동과 영서의 지역감정19이 강하게 있었습니다. 문제는 영동은 알펜시아와 평창, 강원랜드를 받았는데 영서쪽에서는 받은게 없었다는거죠. 실제 강원도 내에서 유일하게 젊은층이 고용되고 경제가 움직이는 곳이 강원랜드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문제는 인구 자체는 영서가 더 많았고, 생산량도 영서가 더 셌어요. (영서에서) 뭔가 힘을 써서 이권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식이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강하게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서의 핵심 도시인 춘천 입장에선 정말 사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마침 2013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이례적20으로 국빈 초청을 받아 영국 순방에 나섭니다. 변기 사건21으로 더 알려졌지만, 당시 영국은 정말 최선을 다한 의전22을 했었죠. 이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그 직후 미심쩍은 이유로 경질23되고 대통령은 그 자리에 나선화를 발탁한것이죠. 그리고 2014년, 문제의 중도유적이 대거 확안됩니다. 이 일이 일어난 후 나선화 청장은 “중도 레고랜드는 활용과 보존의 상생 사례24”라며 개발에 무게를 훨씬 많이 실어주었습니다. 이후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영국의 로비를 받았다거나, 영국 왕실이 레고랜드 지분을 쥐고 있다25거나 하는 이야기까지 돌아다닐 정도였습니다. 정부에서도 중도로 들어가는 교량 사업비26 250억27을 중앙예산에 반영해주는 등 엄청 협조적으로, 아니 강력하게 푸시했거든요.
하지만 사적급으로 판단된 문화재가 나와버려서 공사는 전면 중단, 2018년에 이르기까지 하릴없이 공사는 멈추고 맙니다. 그 후 꽤나 긴 시간을 거쳐 이전보존 및 박물관 건설이라는 조건을 걸고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게 됩니다. 당시 김진태 의원 (현 도지사)은 “레고랜드 사업 실패 시 최문순 지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28”며 “사업 지연때문에 재원이 바닥났다. 외국인 투자지역 해제위기에 몰려있기29까지 하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원점 재검토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여러 석연찮은 사건 사고들이 이어지며 사업은 어찌어찌 이어져오게 됩니다. 특히 2018년 11월 멀린이 직접 투자를 하는 방식30으로 바뀌면서 그 변경을 위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도의회에 제안한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의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이하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31에 문제가 상당히 제기되었는데요.
상당한 규모의 권리의무를 강원도가 지고, 임대수익 또한 30.8%가 아니라 3%에 그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투자 구조 변경 때문으로, 이전엔 강원도가 최대 주주로 시행사 엘엘개발이 2300억원을 투자하여 테마파크를 건립, 멀린에 임대해주는 구조였으나 ‘한반도 리스크가 해소되어 직접 투자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멀린이 최대 5270억(2200억+800억(엘엘개발 지분)+2270억)을 들여 직접개발하는 사업으로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엘엘개발은 사업비 1500억을 절감하는 대신 엘엘개발 지분 800억원에 대한 임대료를 받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임대요율이 줄어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계약 변경이 멀린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의 키를 멀린이 쥐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외통수로 몰렸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부지를 착공에 지장 없는 상태로 만들어 멀린에 제공하지 않을 시 손해배상 책임을 크게 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계약상 불합리함은 사업 진행 단계부터 이미 어느정도 예고되어 있었다는것입니다.
지금까지 멀린이라는 기업과 레고랜드 계약 진행 과정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다음 뉴스레터를 통해 10년 공사를 하고 남은 것과 문제점등에 대해 정리하는 것으로 레고랜드 참사 3부작을 마치려 합니다.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22102153221
https://biz.chosun.com/real_estate/real_estate_general/2022/10/18/5AA3UJA3TNEAXNNP6Q5U7RGAOU/
http://www.joseilbo.com/news/htmls/2022/10/20221020469112.html
https://www.sedaily.com/NewsView/26CFR6YYOS
https://ebn.co.kr/news/view/1551487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208171015028600108068&lcode=00
http://www.inves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2101480171
https://www.blackstone.com/news/press/major-new-force-in-european-leisure-as-blackstone-acquires-legoland/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2/03/155000/
https://businesschief.eu/corporate-finance/lego-owners-acquire-merlin-entertainments-pound59bn
“결국 춘천 레고랜드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본사와 계약한게 아니라 대행사와 계약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netten&logNo=220898358004
“레고의 지분 중 50%가 영국왕실, 24%는영국성공회로 영국왕실이 지배주주”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323104
“레고랜드사는 영국왕실이 7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덴마크 기업” https://pluskorea.net/122068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10/936081/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96804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40424186867777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407061484054673
https://www.provin.gangwon.kr/gw/portal/sub04_05_02?articleSeq=206598&mode=readForm&curPage=38&boardCode=BDNEWS34
http://www.chunsa.kr/news/articleView.html?idxno=48075
http://news.kwnews.co.kr/nview.asp?s=101&aid=216022300172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영국을 국빈방문한 지 10년도 안 돼 다시 영국 왕실의 초청을 받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13110545441
http://www.nw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188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610027.html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13111544898
https://www.news1.kr/articles/?2015418
http://www.eco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36
사실 이것도 꽤나 중요한 쟁점으로, 이걸로 1년 이상 지연되었습니다. 당시 이광준 춘천시장은 레고랜드 진입교량에 국비지원액이 확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강원도에 레고랜드 본계약 체결유보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109819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407061484054673
https://www.fnnews.com/news/201912041810226357
멀린은 이후 추가 140억 납입금을 입금, 외투지역 지위를 유지하긴 했습니다. http://www.chunsa.kr/news/articleView.html?idxno=48191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944531
https://www.m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781
각주 30개 돌파 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