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꾸준히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국산화야 말로, 군수체계의 확보면에서 자주성을 확보하고, 기술력을 확보함과 더불어 내수시장 활성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전력예산으로 같은 10조원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를 해외무기 도입으로 10조원을 쓰면 그냥 날아가버리는 돈이 되지만, 국산무기도입에 10조원을 쓰면 그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수가 없다. 내수에 끼치는 영향은 수십 조원에 달할것이다.
하지만 그 음의 효과(Negative Effect)가 더 클 경우에는 과감하게 손절을 할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예컨데 사업이 십 년 넘게 늘어진다거나, 부가적인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진짜 손절을 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경제학적으로 볼때, 사업이 십년동안 늘어진다고 봤을때, 그 기간동안 경제학적 손실은 현재의 저이율로 따져도 수십 퍼센트에 달할것이며 이를 메꾸는건 매우 어려울것이다.
물론 소모품이나 일반탄약같이 꾸준히 소비하는 품목은 과감히 국산화 하여, 꾸준히 소모하고 생산하는것이 국내 내수 산업도 부흥하고, 전시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국산화는 오히러 예산을 낭비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몇 가지 예시를 통해 확인해보자.
헬기도입 사업, 그 지난한 역사
한국의 헬기도입사업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뉘어진다.
1960년대부터 78년까지 UH-1 직구매 (신품/중고 혼합)
1976년 500MD 라이센스 생산 (대한항공)
1990년 UH-60 라이센스 생산 (대한항공)
1999년 Bo105 라이센스 생산 (대우중공업 - KAI로 합병)
사실 UH-1의 도입은 베트남전의 영향이 컸다. 이때 한번 써보니 “대게릴라용으로 좋더라” 라는 경험이 박히게 되었고,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150여대를 도입하여, 마르고 닳도록 쓰게 된다. 그리고 소수의 AH-1을 도입하여 공격헬기로 사용, 헬리본의 개념을 기초적으로나마 정립하게 되는데 아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대규모의 헬리본 작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헬기가 필요했는데, 500MD를 다용도 헬기로 286대를 도입하여, 정찰및 경공격 임무 헬기로 사용을 하게 된다. 하지만 500MD자체가 소형헬기인데다가 토우MD를 빼고는 특별한 장비가 없어서, 현대의 전장에서는 그 용도가 제한될 뿐더러 워낙 연약한 기체여서 사고가 빈발하였다. 특히나 헬리본 작전에서 수송 소요를 감안하지 않은, 가격만을 고려한 결정1이어서 그 폐해는 아주 심각했다.
이후 1990년에 이루어진 UH-60 138대 도입은 UH-1보다 한체급 큰 중형헬기를 도입하기 위한 사업으로, 이 사업 역시 만만치 않은 삽질이다. 당시 기준으로 FMS(대외군사판매, Foreign Military Sale)로 도입시 약 520만달러에 도입이 가능한 품목을 면허생산을 하여 760만달러에 도입을 하게 되는데, 단순히 면허생산을 하는걸로 모자라서 부품의 보증까지 날라가게 되어2 이후 발생한 부속결함 사고에서 모든 책임을 국방부가 떠안은 사례가 발생하게 되었다.
더 황당한것은 이후 사업의 진행인데, 이후 UH-1의 수명이 도래하자 이를 대체할 사업이 진행되었다. 당시 여러 대안이 제시되었는데, 그때 제시된 대안중 96년부터 UH-60을 약 60대 추가 생산하여 일단 수명이 급하게 만료되는 UH-1 초기도입분을 대체하지는 의견이 있었으나,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이유로 묵살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때 UH-60을 추가생산하여 시간을 벌었다면, 대한항공 헬기사업부에서 MD Explorer를 군용화 하는 안까지도 본궤도에 올릴수 있었기 때문에 대한항공 김해헬기라인이 지금처럼 유명무실화 되는 것은 피할수 있었다는 것은 물론3이고 UH-1이 2020년에서야 퇴역하는 일은 피할수 있었을거라는 것이다4. 이후 UH-1 교체 사업은 21세기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경량헬기 도입사업이 시작된다. 이는 KLH(한국형 경헬기 사업, Korean Light Helicopter)사업으로 더 잘알려져 있는데, 본래 이 사업은 이미 기도입된 AH-1S와 아직 도입되지 않은 AH-X를 지원할 정찰지원헬기를 도입할 목적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기왕 시작한김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500MD가 너무 구린탓에 싹 치우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게 된다.
당시 한국군이 얼마나 눈이 쳐높았냐면, 미육군이 운용하던 OH-58을 성능이 미달된다는 이유로 탈락을 시켰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Bo105-CBS5를 도입하는데, 정찰능력 하나만큼은 최상위권의 능력5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다보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격이 치솟다보니 도입수량이 한정되었는데, 이걸 또 국내생산을 하다보니 가격이 더 치솟아버렸다.
여기에 UH-1 후계사업을 나중에 하기로 미뤄버리면서 KMH사업(한국형 다목적 헬기, Korean Multi-role Helicopter) 이 시작되는데, 이는 UH-1과 500MD를 동시에 대체하는 헬기6를 국내에서 제작하기로 하는것이었다. 그러면서 Bo105-CBS5의 규모는 소폭 감소하게 되고, 이후 AH-X사업이 취소되면서 Bo105-CBS5는 또 규모가 감소하게 되고, 규모가 감소하자 생산단가가 오르게 되고, 생산단가가 오르자 도입할수 있는 대수가 감소하게 되버린다. 이렇게 되자 최종적인 소요대수는 24대였지만(!!) 그 절반인 12대밖에 도입하지 못하게 되버렸다.
1995년, 이제 문제의 KMH 사업이 개시가 되었다. 문제는 이건 ADD가 “기존의 KLH사업으로는 군의 요구를 만족시킬수 없음!”이라고 주장해서 시작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사실 군의 요구가 하늘높은건 생각 안했나보다. 이때는 약 200여대를 생산하고, 최대이륙중량은 8000lbs로 잡았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정작 ADD에는 헬리콥터 관련 부서가 없었다! 링스를 도입하면서 관련 기술을 얻어왔지만 이걸 분석할 능력도, 부서도 없었고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봤지만 ADD안에서는 답이 없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소와 산업자원부로 기술을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이 입장하시게 된다.
1998년, ADD주도하에 진행되던 KMH연구는 IMF 한파로 쫑이 나버리게 된다.
IMF 위기가 해소되던 2001년, 다시 헬기사업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이때는 판이 좀 더 커진다. 일단 체급을 좀 더 키웠다! 그리고 AH-1까지 동시에 대체하는걸로 가기로 하면서 양산 숫자도 늘리기로 했는데… 감사원의 지적하에 국회에서 사업예산이 짤렸다7.
그래도 여기에 굴할 ADD와 항공업체(정확히는 KAI)가 아니다. KMH에 이은 KHP사업을 개시하기에 이른다. 체급은 19000lbs로 더 키우고(!!), 해외모델을 한국화 하여 개발비용을 더 줄여서 타당성을 높이며(?!), 생산대수는 최대한 부풀리는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수리온과 LAH(Light Armored Helicopter, 한국형 헬기사업 중 공격헬기 부문)인것이다.
그런데… 정작 AH-1의 후계는 AH-64로 되는 분위기8이고, 이렇게 될 경우 LAH의 경제성은 크게 낮아진다. 그리고 수리온 역시 민간 채택은 거의 안되는 상황이며, 특히 Ka-32의 경제성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민간 운영사들이 아직도 Ka-32를 강력히 고집하고 있고 수리온은 거부하고 있다9.
만약, 기동형 중형 헬기를 UH-60으로 통일을 하고 정찰형/소형 경량헬기를 Bo105로 통일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난맥상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어차피 육군 항공대는 이래나 저래나 AH-64아니면 만족 못했을 몸이고(…), 민간에서는 여전히 수리온 대신 Ka-32와 AW139를 선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Bo105는 소형헬기로써는 거의 최상위급의 기동 능력을 가진 헬기이고, 현재 정찰헬기로써 가동률이 저조한 이유는 Bo105의 수량이 부족하고, 관련 장비들이 일찍 단종된 탓이 큰데 만약 한국이 대량 운영을 했더라면 이 장비들이 단종되었을 이유도 적어지고, 향후 유지보수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UH-60으로 단일화를 했을 경우, 탑재량이 커지는 이점도 있거니와 군수체계 단일화가 되기 때문에 운영비 관리 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 육군 항공대는 앞으로 UH-60/수리온/LAH/AH-64라는 네가지 종류의 헬기를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데, 이를 UH-60/Bo105/AH-64 세종류로 줄인다면 그만큼 군수보급체계에 부담이 덜 해지게 될 것이다.
(2부에 계속)
당시 500MD와 경쟁하던 기종은 UH-1이었는데, 작전요구사항이던 AN-2와의 교전능력은 UH-1이나 500MD나 큰 차이가 없었으며(둘 다 AN-2보다 월등히 빨라 추격하여 격추가 가능), 견인능력이나 무장능력은 UH-1이 우위였으나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박정희가 선택하였다. 이 과정에서 용도가 헬리본 작전에서 정찰 및 경공격임무로 바뀌었다.
FMS에서는 부품의 보증까지 금액에 포함되어 있으나, 면허생산의 경우 부품의 보증은 별도의 계약을 하여야 가능하다.
한국우주항공(KAI)가 창설될 당시, 대한항공의 항공기 생산 라인은 여기에서 빠졌다. 즉 수리온 생산 라인과 500MD / UH-60생산 라인과 기술자들은 전혀 상관이 없는것이다.
MD Explorer의 최대탑재중량은 3000lbs로, UH-1H의 4000lbs에 비하면 약간 가벼운 감이 있다. 하지만 더 신뢰성이 높은 기체이며, 기동성이나 속도등도 더 우위에 있다.
당시 기준 IDM이 없어서 AH-64D와 데이터 연동이 안된다는 유일한 흠이 있었을 뿐이다.
(현재 AH-64는 IDM을 사용하지 않고 Link 16으로 교체중)
500MD의 본래 목적중 상당수가 헬리본 작전에서 사용하기 위함이었음을 상기하자.
당시 감사원의 의견은, 2001년 KMH진행시 38조 7천억원 소요, 아파치도입+UH-60직도입시 최대 29조 7천억원 소요로써 약 13조원의 차이가 나며, 이는 국내생산 부가가치효과 9조 8천억원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한 차이라고 하여 통렬한 지적을 하였다.
AH-64가 36대 도입으로 끝났으면 모를까, 현재 육군은 추가로 36대 도입을 더 요구하고 있다. 육군의 AH-1이 70여대임을 생각 할 때, 이는 전량 교체와 같다.
현재 가장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기종은 AW139이며, 수리온보다 반체급 낮은 헬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