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Kill-Chain)1의 핵심인 육군 미사일 사령부는 엄청난 괴물이다. 표면상으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육/해/공군의 전략을 몽땅 꼬아 버린 주범이다. 무엇보다 킬체인이라는건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부대를 창설한다고 끝나는것이 아니라 각 부대간 전투서열2과 책임이 명확하며, 이를 신속히 전달하는 지휘체계가 있어야만 성립이 되는것인데 이명박정부부터의 한국군은 양적으로만 성급하게 달려오기만 했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묻고 싶다. 한국은 과연 킬 체인을 운용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1. 표적탐지와 확인은 누가 할 것인가?
킬체인이 거창하게 표현이 되어 있지만, 핵심은 표적을 식별하고, 교전하고, 평가하는것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생각해보자. 내가 시즈탱크가 많아도, 그 시즈탱크가 때릴 목표물을 조준할 수 없으면 시즈탱크가 쓸모 있는가? 다크템플러를 때리려면 사이언스 베슬이나 컴셋 스테이션의 지원이 필요하고, 캐리어를 상대하려면 골리앗이 있어야 하는건 스타를 조금만 해봤으면 알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 테란이고 테란은 시즈탱크가 짱이야!” 라고 시즈탱크 올인하면 어찌 되겠는가? 상대가 뮤탈을 뽑을지 캐리어가 올지 아니면 럴커드랍을 할지 예측부터 할수 없지 않은가? 약간의 혼성만 해도 존나 짱세지는데 그 혼성을 안하는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 국군의 상황이다.
3군중에서, 아니 3군+국정원을 통틀어서 항공+위성 정보 분석에 가장 능한 군은 바로 공군이다. 공군은 알려진 대로라면 최소 1960년대부터 이미 미군의 항공정찰사진과 위성정찰사진을 가져와서 분석을 해왔던 역사가 있으며, 이는 이미 장지량 장군의 회고록3에서 밝혀진 바 있다.
이러한 행위는 공군본부와 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이루어지다가, 후에 더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공군작전사령부 예하에서 통제하기 위해 1980년대 37전대를 창설하는데, 이를 확대 개편한것이 현재의 공군항공정보단이다. 한마디로, 공군에는 이런 표적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2. 혼란의 교전범위와 공역통제
미국의 경우 300km를 기준으로 하여4 이 이상 넘어가는 거리에서의 미사일은 공군이 전담하고, 이 이하의 미사일은 육군이 전담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반면, 한국은 4성 장군인 지상군 사령관(정확히는 육군참모총장)이 사거리 800km이상의 교전거리를 가짐에 따라 혼란이 생기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현재 육군의 감시체계 및 분석능력으로는 300km이상의 장거리 목표를 식별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전무하다. 가장 유사한 기능을 가진 조직으로는 지상정보단과 제3지형분석대가 있는데, 이 두 조직은 300km이상의 종심을 분석할 능력이 없다.
우선 지상정보단을 먼저 보자. 드론봇 전투단과 운영분석대대, 대정보대대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일단 드론봇 전투단 자체가 소규모 드론을 운영하는데다가 육군의 무인기들은 최대 운용반경은 150km에 불과하다. 제3지형분석대의 경우 더 처참해서, DMZ 이남의 지형분석임무를 전담하며, 그나마도 한직(…)으로 여겨져 대우가 좋지 못하다.
반면 공군의 경우, 공군항공정보단을 통해서 언제든지 미군의 정찰정보를 즉시 공유 받을수 있으며5 항공정보단 예하 39정찰비행단 예하 정찰비행대대6를 통해서 행할수 있다. 또한 바로 항공정보단에서 표적틀 식별, 분석하여 위협평가를 할수 있는 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공역통제의 문제가 들어간다. 공역통제는 매우 어려운것이, 포탄과 미사일, 헬기, 전투기등이 공역에서 오가고 이들이 충돌할수도 있으며 피아식별에 문제7가 생길수도 있기때문에 정확한 공역통제는 전시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박격포탄이 오가는 저고도는 몰라도 항공기나 미사일이 오가는 고고도의 공역은 확실히 공군관할이며, 공군이 통제할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육군이 표적획득과 공역통제의 중요성은 무시한채, 지대지 미사일은 포병병과라는 당위성 하나만 가지고 미사일 사령부를 창설하고 공역통제범위또한 가져가고 있으며, 지경선까지 가져가고 있다. 핵심은 이게 각 군의 알력싸움인것이 아니다. 가져간 육군이 도저히 소화가 불가능한 영역이라는것이다.
3. 펀치를 가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때리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잘 드러나는데, 압도적 전력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정보전과 전투서열에서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약한 적을 상대로도 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게 된다.
러시아는 압도적인 포병전력과 단거리 탄도탄, 장거리 순항미사일 전력이 있지만, 그 전력들은 적절한 정보의 부재속에 제대로 된 목표를 적절하게 타격하는데 실패하였다. 심지어 민간인 피해만 가중시켜 가뜩이나 명분이 부족한 개전 사유로 비난을 받는 가운데 더더욱 많은 비난만 먹었다. 심지어 그 귀중한 탄도탄과 순항미사일 전력을 다 소진하여 중국과 북한(!!)에 요청하는 추태까지 부리고야 말았다.
대한민국 육군이 주도해왔고 원해왔던 국방개혁의 모습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공군은 어디까지나 육군을 보조해주는 날아다니는 날개일 뿐이고, 그들이 전략과 전술의 한계안에서 이것저것 다 해달라는걸 다 해주는것을 해주면 그 결과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와 흡사해지게 될수 밖에 없다. 다를거 같다고? 이미 기본적인 전투서열이 같아지지 않은가?
이미 이런식의 문제는 우리가 한번 경험한적이 있다. 819계획으로 인해 3군의 정보부대를 통합하여 통합정보사령부를 창설할때, 육군의 HID는 수적 우위와 정치적 영향력을, 해군의 UDU는 작전의 특이성을 이유로 살아남았으나 공군의 AISU는 HID와 작전영역이 완전 다름에도 불구8하고 이관을 강요받았다.
그렇게 관한 결과 후계요원양성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그 명맥이 L-2기 운영과 같은 소수분야에만 남아버렸으며9, 결과적으로 그러한 작전능력을 상실한것으로 보인다.
킬체인에 이은 KAMD에 들어가면 더 복잡해진다. 모든 방공 정보는 공군이 수집하고, 그린파인레이더로 탄도탄 낙하 정보도 공군이 확인하며, 요격도 공군이 실시하는데, 탄도탄을 이용한 원점 타격만 육군이 실시하는 이상한 전투서열이 현실인것이다. 심지어 육군은 탄도탄을 쏴야 하니, 공군이 그 공역을 비워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4. 군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방계획 2020부터 시작을 해서, 국방개혁 2.0까지 모든 국방개혁안에서 전시작전권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언제 전시작전권을 회수해 오느냐는 매우 중요한 떡밥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예외중의 예외로 공군의 작전권만은 공군의 특수한 환경을 이유10로 하여 완전 반환받지 않기로 하였다.
만약, 군의 주장대로 미국의 도움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공군구성부사령부가 전시에 미국의 기준에 맞게 움직일수 있도록 많은 부분들을 수정하는것이 맞을것이다. 미국의 항공력은 미 공군만 있는것이 아니며, 이들에게 한국의 독특한 전투서열을 강조하는것보다 미국과 NATO의 표준적인 전투서열을 갖춰 나가는것이 전시에 불의의 사고를 막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왜 이렇게 문제가 있는 전투서열에 대해서는 아무말을 하지 않는 것인가? 평시에는 평시대로 운영하다가 전시에만 갑자기 바꾸면 그것이 잘 운영 될것이라고 생각을 하는것인가? 한국군은 이에 대해서 한번 심도 있게 고민을 하고 답을 해야 할 것이다.
https://ko.wikipedia.org/wiki/%ED%82%AC_%EC%B2%B4%EC%9D%B8
이를 Battle of order라고 한다.
장지량 장군이 참모총장 재임시기 푸에블로호 납북사건과 1.21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SR-71의 정찰 정보를 받아서 김일성 저택과 별장의 정보를 청와대에 제공한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때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에게 ‘찍혀서’ 2325부대 209파견대를 창설하는데, 이게 바로 유명한 실미도 부대이다.
이는 지상군(Field Army)의 최대 지경선 한계와 일치한다. 그리고 군단의 지경선은 최대 150km정도이다.
공군항공정보단의 시설은 공군구성군사령부 합동정보분석센터를 겸한다.
전술정찰대대인 RF-16과 전략정찰대대인 백두금강정찰기, 글로벌호크를 둘다 운영한다.
실제로 걸프전때 이 문제로 미 육군의 UH-60이 미 공군의 F-15에 격추(!!)당한적이 있다.
AISU는 2주 이상의 장거리 침투와 종심 내부 전략 목표 정찰등을 주 임무로 하였고, 실제로 미군의 6004항공정보근무대대의 임무를 이어받았으나, 현재 이 임무는 사실상 사라졌다.
28전대에서 L-2기 조종을 위한 공중근무자를 부사관으로 선발하나, 이는 HID/UDU와 같은 침투요원이 아니며, 당연히 선발도 정보사에서 주관하지 않는다.
전시에 구성군사령부가 구성되는 육군, 해군과는 다르게 공군은 평시에도 7공군과 공군작전사령부간의 구성군사령부가 공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관심 있어도 파볼 시간이 없었는데 자세히 내막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