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의 원칙은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켰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 121조 1항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다1. 그리고 이 원칙이 대한민국을 구국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지탱한 한 축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독립운동가이자 국회의원을 역임한 약산 조봉암 선생은 초대 농림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이에 따라 강하게 농지개혁법을 진행하였다. 당시 농지개혁법은 유상매입 유상분배 원칙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규정에 따라서 정부가 귀속, 매수하였다.
소유권이 분명하지 않은 농지는 정부에 귀속되었다.
농가가 아닌 자의 농지는 정부가 강제 매수하였다.
농가라 하더라도, 3정보 이상의 농지는 강제 매수하였다.
이 법령으로 소작 농민들은 개인의 토지를 가질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농지를 빼앗긴 지주들은 불만이 생겼는데 이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적산공장 불하등의 떡밥을 내걸었다. 이는 지주들이 좀 더 현대화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이 토지불하가 1950년 3월 10일부터 진행이 되었다는것이다. 그렇다. 한국전쟁 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이었다! 5월 1일 부터는 본격적으로 토지장부가 열람이 가능해서 “여기가 니 땅이다!” 라는것이 입증 가능해졌으니 조국을 지켜야 할 이유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아, 물론 그 조국에 내야 할 땅값은 그리 싸지 않았다. 수확량의 30%를 5년간 국가에 납부해야 했는데, 이는 얼핏 보면 엄청난 부담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기간의 소작료는 수확량의 50%에 달했다. 이미 20%할인된 소작료나 다름 없었고, 거기에 기간까지 정해져 있으니 이 얼마나 수지타산 맞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한국이 삽시간에 낙동강으로 밀리고, 북한이 내려와서 5년만 있으면 내 땅이 되는 땅을 몰수해서 다시 소작농이 되라고 하는데, 그게 납득이 되는가? 거기다가 이 소작료는 수확량의 30%에 달했다. 이거만 뜯어가도 열불이 터지는데, 애국미에, 전쟁미에 이것저것 삥뜯는건 더 늘어났다!! 당신같으면 화가 아니 나겠는가!
사실 이건 좀 과대해서 설명한것이고, 현실적으로는 전황에 영향을 주지 못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 인천상륙작전 이후 남부지방에 잔류한 빨치산이 시골지역에 전혀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로 설명되는것은 맞다. 어차피 빨치산 와봐야 삥만 더 뜯는 세상이 오는데 왜 도와주겠는가?
현재의 경자유전 원칙
농지개혁법은 크게 다섯번의 대변화를 거치었다.
농지개혁법 (1950년 3월)
농지개혁사업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1968년 3월)
농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1972년 12월)
농지임대차관리법(1986년 12월)
농지법 (1996년)
이 일련의 대변화 과정에서, 농지의 소유 자격도 많이 완화되었다. 농지개혁법 당시에는 경작농가에 한해서만 농지를 분배하였지만, 현재는 주말체험농가나 상속자, 이농인2, 담보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그리고 농지전용허가를 취하는 경우에도 제한적으로나마 취득이 가능하다.
그리고 농사짓는 개인이 아니더라도, 농업생산자 단체나 농업법인같은 형태로도 농지를 취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유연성은 1950년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법령의 초창기 형태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농지에 관련한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는데, 이는 농지법 제 6조 2항에 잘 적혀 있다.
농지법 제 6조 (농지 소유 제한)
② 제 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다만, 소유농지는 농업경영에 이용되어야 한다.
그렇다. 농지는 오직 농업과 농업 경영 활동에만 이용되어야 한다는것이다. 이것이 90년대 중반부터 21세기까지 내려오는 새로운(?) 경자유전의 원칙인것이다.
과연 윤 당선인은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인가?
문제가 되는 기사는 2021년 8월 2일, 뷰스앤뉴스라는 언론의 기사이다.
이어 “농업이라는 걸 하나의 산업 비즈니스로 생각해서 산업적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던 그런 분들의 경자유전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며 “지방에 근무하면서 시골마을들 다녀보면 연세 드신 분들밖에 없다. 요샌 다들 기운이 없어서 농약도 안 뿌린다”며 지적했다.
이럴때 내가 하는 상투적 멘트가 있다.
“서울 촌놈들”
아 진짜 이런짤 남용하면 안되는데
당연하다. 요새 누가 힘들게 일일히 농약을 손으로 주는가?
DJI Agras T16. 이거 하나에 500만원밖에 안한다. 드론 이게 비싸보인다고??
하긴 서울은 R-75랑 P-73공역 통제 때문에 드론 띄우면 불법이지!
4조 콤바인이 저렴한게 3700만원이다. 참 저렴하지 않은가? 이게 가장 작은 모델이다.
그러면 돈 없으면 농사짓지 말라고?
농기계 구매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농기계 임대센터도 각 지자체별로 있을뿐만 아니라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니까 복수의 임대처라는 뜻이다.
이렇게 기계가 농사를 짓는지 오래인데 누가 힘들게 일일히 손으로 하는가? 여기에 경자유전을 가져다 붙인건 그저 현실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의 말장난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판 경자유전과 농지법을 폐지하면?
현재 농지법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농지를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불필요하게 소유하는것을 최소화하며
농지의 용도변경 역시 최소화 하여 농지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는것
으로 정리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농지를 가지고 다른 생각 하지 말고, 농사짓는데 쓰는것을 우선시 하라는데 있다. 이것을 폐지하면?
일단 농지의 소유상한선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농지의 보유 한계 또한 없어지게 되어 누구든지 농지를 구매할수 있음
더불어서 농지의 용도변경 또한 맘대로 이루어 질수 있게 됨
왠지 농업발전보다 다른 목적이 더 눈에 들어 오지 않게 되는가? 그렇다. 부동산이다.
지금까지 농지라고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아니었던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그 투기의 대상이 되는 야트막한 걸림돌 마저 걷어 치우겠다는 놀라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한번 투기의 대상이 된 농지는 회복이 되지 않는다. 농지로써의 기능을 상실한다는것이다.
만약 식량 전체를 글로벌 밸류 체인에 의존했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온갖 공산품 물류 체인이 마비가 되었고, 그로 인해서 국내외 각지의 구매-판매 부서의 사회적 위치까지 뒤바뀌는 사태까지 불러오고야 말았다. 자재값은 부르는게 값이 되었고, 자재가 판매처에 있다 하더라도 물류 경색에 의해서 언제 도착할지 기약이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식량 전체를 글로벌 체인에 의존했더라면? 막대한 식량 위기에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식량의 수송 속도는 느린데다가 그 우선순위도 낮고 항공기에 의지하기도 힘든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24%라는 자급률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최소한 주식인 쌀의 가격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고, 자급이 되는 몇몇 식량의 경우 국제적 시장과 별개로 가격이 정해지는 행운을 누릴수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지금 식량과 농산물 가격이 싸지 않다고. 올해 기후변화와 전쟁, 그리고 물류대란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정산이 쎄게 올 예정이니 한번 몸소 느껴 보시리라. 그 난리속에서도 자급률이 90%를 넘나드는 쌀과 몇몇 농산물들은 가격이 크게 인상되지 않고 안정될테니, 그게 바로 농산물 생산 지원금과 식량 자급률의 가치인것이다.
제 121조 소작제도의 금지와 임대차 및 위탁경영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되어야 한다.
離農人. 농사를 그만 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