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를 겪으면서 많이들 멘붕도 하고(…) 누군가는 샴페인을 터트렸을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정부는 사실상 시작하였고, 역시 새로운 외교활동을 시작하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로 그 첫 시작이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인것이다.
사실 윤석열의 방미 여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것은 5월에 일본에서 쿼드 정상 회의가 있다는것이다. 이때 바이든이 역으로 방한가능성이 있는데, 이 시기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단 일본과 긴밀한 협의를 거친 후 한국으로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바이든이 한미일 3국 정책을 언급한 점
이 시기가 새로운 정부의 극초창기라는 점
이라는 것을 보면, 5월말 방한이 성사된다면 여러 요구사항을 들고 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우리는 미국과 일본이 협의해서 들고올 요구사항들을 추측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지금 한국에게서 얻어내고 싶은 사안들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것이다.
한-미-일간 안보 공동체 구성?
이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인데, 한-미-일 안보체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여 한-미-일 이 연결된 체계이지, 한국과 일본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체계가 아니다. 이런 안보공동체를 만들려면 핵심적인 정보들이 오가야 하는데, 그 기초단계로 박근혜때 한일간 GSOMIA가 맺어진 바 있다.
GSOMIA는 한일간의 정보의 불평등성과 일본의 관료제등의 요소로 인하여, 한국의 정보가 일본으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일본의 정보가 한국으로 제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이점을 찾을수 없는 그런 협약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문제와 더불어, 한-일간 여러 문제로 인하여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GSOMIA인데, 미국이 일본과 협의를 하여 이 GSOMIA를 다시 부활시킬것을 요구하면 다행이고 이것보다 더 큰 안보 공동체 협약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가 되는것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전면에 나서고, 일본이 후위에 서는 그런 안보 공동체 구조가 형성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데(이는 병력 구조나 지리적인 문제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느냐 하는것이다.
지금까지 이 한-미-일 안보 공동체 구성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얻는 혜택에 비해 아무것도 내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고, 한국은 요구되는 기여에 비해 지나치게 큰 부담을 얻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민주당 정권이 무작정 일본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지극히 국익을 계산에 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일간 안보 공동체는 과연 이득인가?
한-미-일간 안보 공동체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만약 한-미-일이 동일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서로간의 상호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면 이 공동체는 상호이익은 고사하고 상호간섭으로 인해 자국의 이익마저 감쇄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미국은 북-중-러 이 삼자와 모두 대립을 하는 관계에 있다. 북한은 애시당초 타협할 상대가 안되며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과 대항하는 것은 미국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안보적 위협이 되는 시나리오중 하나이다.
특히나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중국의 괴뢰국에 가깝기 때문에, 북-중-러가 손을 잡고 동북아시아에서 판돈을 키우는 시나리오만큼은 피하고 싶고, 특히 우크라이나로 인해 나토가 위기에 몰린 지금에 있어서 동북아시아를 좀 더 강고히 하고 싶을 생각이 굴뚝같을것이다.
일본 역시 북-중-러 이 삼자와 대립하는 관계인데, 이 대립은 미국의 대립과는 사뭇 다르다. 기본적으로 북한과 일본의 대립은 직접적인 대립이 아닌 간접적인 대립으로, 스피커로는 크게 떠벌리지만 일본에게 실질적 위협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센카쿠 열도로 인해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쿠릴열도 문제로 인한 안보 위협 대상중 하나다. 하지만 이 위협 레벨은 미국이 상정하는 레벨보다 매우 낮으며, 일본 내부 문제로만 한정할 경우 국지전 정도에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북한과는 극한 대립을 하는 사이이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중국은 이 북한을 지원하는 잠재적 적국으로써 심대한 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사이인만큼 서로 칼을 숨기고 지내는 사이이다. 특히 한한령과 THAAD문제등으로 정치적 대립이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러시아와는 매우 애매한 관계로, 분명 상호 대립을 하는 관계이기는 하나 러시아 극동지역과 한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묶여있으며, 상호간의 군사기술교류도 있는등, 미국, 일본과는 사뭇 다른 특이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상호간 많은 교류가 끊어졌으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정리하는것이 아닌 만큼 향후 얼마든지 복구될 여지가 충분하다.
한-미-일 안보공동체의 함정
여기서 새로운 정부는 미국과 일본 모두, 북-중-러를 견제하고자 하며, 현재 국제정치 구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가장 큰 함정은, 저 안보공동체간에 서로 노리는 수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미국은 현 시점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것을 노리고 있으며,
일본은 현 시점에서 당장 위협이 되는 중국과의 대립을 가장 큰 변수로 상정할것이고
한국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을 가장 큰 위협으로 상정을 할 것이다.
미국, 일본 입장은 제쳐두고, 철저하게 한국 입장에서만 보자. 판돈이 커져서 중국과도 대립의 각이 높아지게 되면 과연 그것이 득이 될 것인가? 러시아와도 대립을 하게 될 경우 향후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것인가?
이러한 요소를 빼고 한미동맹 강화를 부르짖으면서 한-미-일 안보동맹체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대립하는 전선을 더 늘리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될수도 있다. 사실 민주당 정권이 물에 술탄듯 밍숭맹숭한 그 외교에는 이런 선택지가 나왔을때 좀 더 운신의 폭을 넓게 하고자 하는 이유도 매우 크다고 본다. 왜냐면 지금은 선택지가 있으니까.
공동체 창설 “자체가” 가져다줄 함정
우리가 단순히 북한, 중국, 러시아를 묶어서 볼 수 있지만, 이들도 사실은 자기 나름대로의 속내가 다 있기 마련이다.
북한입장에서 중국은 그야말로 없으면 안되는 존재지만, 러시아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에 가깝다. 당장 러시아는 극동관계에 있어서 한국을 무역 파트너로 택했을뿐만 아니라, 북한의 온갖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미사일 개발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온갖 당근을 북한에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이 진전되고 있지 않는게 사실이다.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가 지금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코너에 몰린것은 절호의 기회에 가깝다. 러시아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이면서, 정작 군사/기술교류는 상호간의 돈독함에 비해서 엄청나게 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구도 만으로는 도달하기 힘들고, 다른 추진력이 더 필요한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동북아에서 뜬금없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묶어서 견제하는 공동체가 생긴다면 의외로 내부의 벽이 있던 이들 세 나라간의 사이가 훨씬 더 밀접해지는 함정효과가 발생할수 있다. 이는 1955년 서독의 NATO가입 이후, WTO가 창설되는만큼 급격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것으로 생각되어진다.
문제는, 이들이 나름의 벽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는것이 이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것보다 훨씬 더 견제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을 버리자는것인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건 몰라도 북한과 타협할수 없고, 북한을 배후에서 밀어주는 중국과도 결국 대립을 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서 있다. 이 점을 부정할수는 없다. 하지만 불필요한 대립선을 하나 더 만들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어느정도 하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것이 이 글의 핵심이 되겠다.
지금 윤석열 당선인과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은 미국과 손을 잡고 북한을 강경하게 내모는데에만 집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동북아시아만 봐도, 북한 하나를 놓고 최소 6개 국이 대립과 반목을 할 수 있는 절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글에서 전개한 논리나 내용이 다 맞다고 할수도 없는 부분이다(애시당초 자료준비 그런거 안하고 후다닥 쓴 글이다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_-). 단, 이런 논리적 전개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Risk assessment를 할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며, 만약 이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5월을 맞이하면…
AREA88의 카자마 신과 같은 결과를 보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그저 필자의 걱정이길 바란다.
GSOMIA는 한일간의 정보의 불평등성과 일본의 관료제등의 요소로 인하여, 한국의 정보가 일본으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일본의 정보가 한국으로 제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이점을 찾을수 없는 그런 협약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혹시 이런 평가를 뒷받침할말한 근거자료가 있으신가요? 어떤 정보를 얼마나 주고 받았는 지 보도자료를 찾아보고 싶은데 힘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