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개인적인 시험준비로 바빴는데(사실 2월이 시험임) 빅 이벤트가 터져서 잠시 하나 속보성으로 써 봅니다.
북한의 무인기가 멋지게 대한민국의 영공을 털었죠. 지난 2015년 무인기 사태와 달랐던것은, 무인기의 침입을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 침입 이전부터 인지를 했다는것이고 수차례 경고와 기타등등 나름의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인기는 6시간 이상 대한민국 영공을 활보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은 어쩔수 있나요. 시시비비를 가려야죠. 그런데 중요한건 무인기에 대한 대응 수단이 과연 적절하게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겁니다. 애시당초 이런류의 무인기들은 지령장입을 통해 유도가 되기 때문에 외부의 전자전 공격에도 잘 반응하지 않게 만들면 그냥 격추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과연 적절한 격추수단이 있는지… 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비호 & K800 대공자주포
K-무기라고 해서 엄청 광고를 해댄 대공포입니다. 하지만 이 대공포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으니, 바로 KCB 30mm 기관포입니다. 현재 이 포는 오리콘에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지만, 원래는 히스파노사에서 개발한 기관포가 그 시초이며, Hs.820 20mm기관포를 업건(Up-Gun, 총/포의 구경을 늘리는 일종의 업그레이드)한 물건입니다. 바꿔말하자면, Hs.820의 단점을 그대로 지닌 물건이기도 합니다.
Hs.820 기관포 자체가 탄약의 성능은 출중해서 20x110mm 탄약을 도태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기관포의 성능은 이후 나온 20x139mm 탄약을 사용한 기관포들에 비해서 영 좋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도태가 이루어진것처럼, KCB 30mm기관포 역시 30x170mm 탄약을 보급하는데 꽤 역할을 하였으나, 포 자체의 성능은 영 시원 찮아서 이후 빠른 도태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 포를 주워먹은 나라가 그리 많지 않은데, 원래 지상용으로 개발된 포임에도 영국과 프랑스 외에는 그리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 해군이 주워먹고, 이를 미국 해군이 경비함정용으로 Mk.28 기관포로 서류상 채용함에 따라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미국의 경비함정은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이거든요.
그리고 이 Mk.28을 제식채용한 몇 국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지금은 퇴역한 동해급, 포항급, 울산급, 참수리급, 백구급에 채용됨에 따라서 해군의 범용 기관포가 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탄약을 호환시키기 위해 비호에서 채용을 하기에 이르죠.
문제는 KCB 30mm포가 많이 채용되지 않은만큼, 성능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탄걸림, 사거리, 명중률, 위력등의 문제는 처음 개발된 1950년대와 별반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그간 꾸준히 업그레이드가 된 같은 회사의 KCB 35mm와는 엄청난 성능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러면 포를 자체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던가 다른포를 사용하던가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하는데, 그런 방법을 전혀 강구하지 않고 그냥 계속 사용하고 옆에 대공미사일을 덧붙이는걸 택한게 현재의 비호입니다. 포의 생산은 00년대에 이루어졌는지 몰라도, 실질적인 주포의 설계는 50년대 수준이고, 당연히 그 성능도 50년대 수준에 불과한 대공포인셈입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70년대 개발된 게파르트가 단 6발의 교전으로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네 마네 하고 있을때 비호는 300발의 교전으로도 드론 격추를 장담한다 못한다 이러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비호의 수량 역시 충분치 못할뿐더러 KCB 30mm기관포의 교전거리까지 매우 짧기 때문에 커버할수 있는 범위조차 좁습니다. 교전기회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는 말이죠.
오리콘 35mm GDF-003
사실 포의 성능만 보자면 한국에서 가장 좋습니다. 문제는 세 가지인데, 하나는 수방사에만 집중배치되어 있어서 교전기회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 또 하나는 GDF-003자체가 85년에 나온 엄청 구형의 무기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군납비리로 해먹어서 사격제원과 포의 수명이 지 멋대로라는 점이죠. 그래서 스펙과 달리 현실적으로 무언가 역할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천마
천마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겨우 군단급에나 배치된 귀하신 몸이라는 점인데, 이 점은 교전기회가 극도로 제한된다는 점입니다. 교전범위가 8km 남짓인데, 그나마 군단급에 가야 구경할수 있으니 드론이 여기 안에 들어가야 어떻게 해볼 기회가 겨우 생기겠네요.
추적레이더의 성능이 과연 드론을 효과적으로 구별할 수 있을지등의 문제는 아예 별개입니다. 애시당초 고속항공기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교전체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저속항공기인 드론을 추적할 가능성을 높게 잡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발칸
자주발칸도 충분한 수량이 없는데다가, 견인식 발칸은 이제 퇴역해야 할 물건이죠? 거기다가 발칸 자체가 충분한 수량이 깔렸는지 먼저 한번 생각을 해 봅시다.
천궁
사실 드론을 탐지했을 가능성은 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드론을 추적할수 있느냐죠. 개인적으로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박하게 봅니다. 여기에, 고폭탄이 가득한 천궁 발사체를 민간인이 가득한 아군지역의 초저공지역에 발사한다는것은 엄청난 양의 파편을 지상에 뿌리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죠.
패트리어트
이건 천궁보다 더한놈입니다. 드론 잡는데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죠.
이쯤 정리해보면 북한의 정찰 드론을 격추하기라는게 생각만큼 마땅하지 않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안보는 보수를 외치는 정권에서는 과연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이번에 들어온 드론이 정찰드론이었으니 한차례 떠들썩 하고 끝났겠지만 카메라 대신 고폭탄을 달고 온 드론이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었을까요? 당장 다에시(ISIL)가 상용 드론에 박격포탄 등을 매달아 날리기도 했을 정도로 드론 테러는 흔한 일인데, 그때에도 백브리핑을 통해 엠바고를 걸고, 그 이후 언론 통제를 하며 드라이하게 단신 처리하면 될 일일까요?
어떤 방법으로 막느냐 하는것은 그냥 군의 고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